‘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닷새 만인 28일(현지 시간) 영국에선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는 ‘리그렉시트(Regrexit·후회를 뜻하는 regret와 exit의 합성어)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엑소더스(대탈출)’ 움직임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브렉시트 캠페인을 이끈 정치인들은 ‘장밋빛 공약’에 대한 말 바꾸기로 난타를 당하고 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국민투표 가결을 위한 선동에만 몰두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경제적 독립’을 내세워 신(新)고립주의 무역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최근 트럼프의 상승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미국 역시 백인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불만이 팽배해 있어 연말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브렉시트의 한국판’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만과 분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세대의 생존 불안 등 각종 사회 갈등 요인이 대선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 경쟁으로 치닫거나 국가 명운과 관련된 안보 현안을 놓고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편 가르기 공약이 판을 치고 유권자들이 이에 현혹돼 그릇된 선택을 할 경우 브렉시트 못지않은 ‘코렉시트(Korexit·Korea와 exit의 합성어)’의 길로 빠져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13년 말 ‘안녕들하십니까’와 같은 대자보 한 장에 사회 전체가 동요할 정도로 한국 사회는 취약하다”며 “내년 대선은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로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브렉시트는 정치인들이 국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포퓰리즘 선동을 통해 자신들의 단기적 이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치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의 광풍’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그렉시트는 내년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에 선동과 편 가르기로 공멸할 것인지, 희생과 통합으로 재도약에 나설 것인지를 묻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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