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통화전쟁에도 정부·韓銀 각자도생할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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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글로벌 통화전쟁이 재개됐다. 경기 부양과 수출 증대를 위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이 지난달 말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1일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시사했다. 미국이 사실상 일본을 겨냥해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했는데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영국과 독일 총리에게 전화해 “불안을 해소할 분명한 메시지를 내달라”고 이례적 요청을 했다. 중국도 1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날 대비 0.28% 절하했지만 조만간 추가 절하 관측이 나온다.

지금 상황은 경기 침체가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대공황을 초래했던 1930년대의 재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성장시대, 대중의 분노에 편승해 중국 일본 독일 등은 무기 대신 자국 화폐를 이용한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4월 말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을 ‘환율심층분석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이들 강대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본 재무성은 “국익과 국익의 싸움”이라는 비장한 발언까지 내놨다. “적기(適期)에 과감한 시장 안정조치를 취하며 유동성 확보 방안 등 대응 능력을 확충하겠다”며 한중일 국제공조를 다짐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지난달 말 발언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주변국이 피해를 보든 말든 자국 경제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기주의가 통화전쟁의 속성이고 현 세태의 본질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직후 원화 약세, 엔화 강세 현상이 한국의 수출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세계가 보호주의에 빠져 문을 걸어 잠그는 큰 변화의 흐름에서 이런 현상은 오래 가기 힘들다.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 민주당도 1일 공화당의 보호무역주의와 다름없는 정책기조 초안을 내놨다.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환율조작국을 강력히 응징하겠다며 “미국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주 “한미 FTA를 통한 미국의 수출 증대와 상품수지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고 내놓은 보고서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글로벌 환율·무역전쟁이 벌어진 상황인데도 한국은행은 ‘독립성의 울타리’에서, 정부는 ‘고환율 정책이 만능키’라는 고정관념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이 외환 매매동향을 체크하고 고위 당국자 회의용 자료를 만드는 정도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환율전쟁의 고비를 넘길 임시방편이 아니라 환율을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국가경쟁력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획기적 구조개혁이나 규제철폐 없이 나랏돈만 푸는 부양책에 매달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통화전쟁#보호무역주의#글로벌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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