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라지 사퇴… 브렉시트의 저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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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인… 브렉시트 캠페인 주도, 존슨 불출마 이어 승자에 역풍
“EU탈퇴 성취… 할일 다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하며 ‘반(反)이민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란 평가를 받아온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52·사진)가 4일 전격 사퇴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패라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탈퇴’ 진영이 승리한 것은 나의 정치적 야망이 성취됐고 내가 할 일을 했다는 것”며 “이제 내 삶을 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UKIP를 이끄는 것은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며 “현재 당은 좋은 위치에 있고 앞으로도 이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라지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목적은 유럽통합 반대였다. 패라지는 원래 보수당 지지자였지만 1992년 보수당이 마스트리흐트조약에 서명하자 독자적인 UKIP의 설립을 주도했다. 마스트리흐트조약은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의 ‘통합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 중에도 패라지는 유럽 통합의 결과인 이민자 급증을 문제 삼았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모습에 ‘브레이킹 포인트(Breaking point·한계점)’란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브렉시트 반대파 쪽에서는 ‘나치의 선전전을 연상 시킨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찬성파 쪽에서도 너무 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UKIP 대표직에서 물러나지만 패라지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인 ‘EU 탈퇴’ 관련 활동을 완전히 그만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의회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며 브렉시트 관련 활동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패라지는 “매의 눈으로 앞으로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사람들이 원한다면 브렉시트 협상팀에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패라지의 사퇴로 영국에선 브렉시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민들을 선동했던 정치인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차기 총리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존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영국의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하지만 국민투표 때 내건 공약이 거짓이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측근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총리 출마를 선언하자 총리 꿈을 접었다. 패라지도 최근 영국 ITV의 ‘굿모닝 영국’에 출연해 EU 분담금을 국민건강보험(NHS) 재정으로 돌린다는 공약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인정해 비난을 받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브렉시트#패라지#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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