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밑 치마 정장 ‘원칙의 대처’… 표범무늬 구두 ‘자유로운 메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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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메이 시대’ 개막]두 여성총리 다른점-닮은점

마거릿 대처
마거릿 대처
13일(현지 시간) 취임하는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60)와 함께 옥스퍼드대를 다녔던 동창들은 “메이가 학창 시절 ‘내 꿈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고 회상했다. 메이가 꿈꿨던 최초의 여성 총리 자리를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차지하자 그는 상당히 짜증을 냈다고 한다.

둘은 서로 많이 닮았다. 대처는 식료품가게 둘째 딸로, 메이는 성직자의 딸로 태어났다. 부유한 사립학교 출신의 금수저가 아닌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두 사람 모두 10대 시절 정치에 눈을 떴지만 정치에 입문한 건 한참 뒤다. 대처는 보수당 내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한동안 변호사 일을 하다가 34세 때 국회에 입성했고, 메이 역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을 포함한 금융계에 있다가 41세 때 국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대처는 주택 연금 재무 에너지 교육장관을 두루 거쳤고 메이도 교육 환경 문화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대처는 유머 감각도, 화려한 언변도 없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메이도 한 보수당 중진 의원의 말을 빌리면 ‘살벌하게 어려운 여자(a bloody difficult woman)’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메이가 완고하고, 비사교적이며, 단호한 성격이라고 보도했다. 기자들에게도 악명이 높다. 최근 한 파티에서 기자들이 메이를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냈지만 그는 한마디만 했다. “제가 말한 것을 보면 다 아실 수 있어요.”

전 세계 모든 매체가 메이를 ‘제2의 대처’로 표현하지만 정작 본인은 “롤 모델이 없다”고 말한다. 같은 보수당이면서도 정치적인 지향점은 상당히 다르다. 대처는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의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해 세금과 정부 지출을 줄이고 기업 규제를 철폐했으며 노조 세력을 약화시켰다. 강성 노조의 반발에 굴하지 않고 이뤄낸 민영화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반면 메이는 ‘책임 있는 자본주의’를 주창하며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노동자들을 우대하는 사회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둘의 패션 취향도 다르다. 무릎을 덮는 길이의 치마 정장에 우아한 진주 목걸이, 부풀려 뒤로 넘기는 헬멧형 헤어스타일이 완고한 ‘대처 룩’이다. 여기에 딱딱한 사각형 검정 가죽 로너 핸드백을 늘 들고 다녀 ‘공격적이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이란 뜻의 ‘핸드배깅(handbagg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메이의 패션 키워드는 다양한 구두로 대변되는 자유로움이다. 그는 표범가죽 무늬 구두부터 입술 모양이 그려진 구두, 롱부츠까지 수시로 바꿔 신는다. 이달 초 국무회의에 가슴골이 보이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원피스를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장관이 “테리사, 오늘 섹시하게 보이는데”라는 말을 듣고 그가 웃었다는 목격자도 있다. 무인도에 갈 때 반드시 지참해야 할 필수품으로 패션잡지 ‘보그’의 평생 구독권을 꼽기도 했다.

대처는 1990년 유럽 통합에 반대하다가 지도부와 충돌해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메이는 대처가 반대한 유럽연합에서 탈퇴할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덕에 총리가 됐고 탈퇴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메이가 영국 사상 최장기 집권 총리(1979∼1990년)인 대처의 관운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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