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가 난민들이 소지한 귀중품을 체류비 명목으로 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새 망명 관련 법안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에선 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 법안은 덴마크 정부가 망명 신청을 하는 난민들이 가진 1만 크로네(약 177만 원) 이상의 현금이나 귀중품(결혼반지 같은 기념 물품은 제외)을 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덴마크 정부는 난민들에게 숙박과 음식,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부 비용을 걷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 “새 법안은 중도 우파 성향인 덴마크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고 의회에서도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지만 전쟁이나 기근을 피해 온 난민들에게 가혹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유엔도 최근 “새로운 망명법이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과 불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유대인들의 재산을 압수했던 것을 연상시키는 조치로 난민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난민 지원 시민단체를 이끄는 미칼라 클란테 벤딕센 씨는 “새 법안은 덴마크에 망명하려는 난민들에게 겁을 주고 이미 덴마크에 온 난민들의 삶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새 법안에선 난민들의 망명 허용 조건도 과거보다 훨씬 까다롭게 만들었다. 시리아 출신 난민이라도 ‘이슬람국가(IS)’로부터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는 증거를 내놔야 망명 을 허용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1년 안에 덴마크를 떠나야 한다. 또 가족과 떨어져 혼자 덴마크에 온 난민의 경우 망명이 허가돼도 3년이 지나야 가족을 초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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