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주의회 3곳 선거 反난민 내세운 극우당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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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당은 텃밭서도 녹색당에 밀려… 4연임 앞둔 메르켈 난민정책 기로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작센안할트 3곳의 의회를 새로 구성하는 주 의회 선거가 13일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난민 개방 정책에 대한 독일 국민의 첫 심판대로 부를 만하다. 지난 한 해에만 110만 명의 난민이 몰려든 독일은 지난해 말 쾰른 집단 성추행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빚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할 시험대인 이번 선거를 앞두고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10일 공영방송 ZDF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당은 텃밭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지지율이 10%포인트 떨어진 29%에 머물렀다. 이는 녹색당에 처음으로 뒤지는 수치다. 라인란트팔츠에서는 35%로 사민당(36%)에 뒤졌고, 작센안할트에서는 안정적인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2013년 창당한 뒤 반(反)난민 정서를 파고든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무섭게 약진했다. 작센안할트 주에선 반년 만에 지지율이 5%에서 20%로 뛰었고, 나머지 2개 주에서도 두 자릿수로 지지율이 치솟았다. 전국 평균 지지율도 12%로 CDU와 SPD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히틀러 키드(Hitler kid)’라 불리는 40대 여성 당대표인 프라우케 페트리(42)는 과격한 우파 민족주의 노선으로 세력의 결집을 이끌었다. 올 초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으려는 난민들에게는 국경 관리 요원들이 총을 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나치의 전쟁범죄와 관련해서도 “독일인 특유의 죄책감이 너무 자주 부각돼 우리(독일)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왜곡되게 하고 있다”며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겼다.

여성 기업인 출신인 페트리는 2014년 7월 베른트 뤼케를 꺾고 신임 당수에 올랐다. 동독 출신에 이공계 박사학위가 있고 루터교와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스요아힘 푼케 베를린자유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는 냉정하고 지적이며 집권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민당 소속의 ‘메르켈 키즈’가 메르켈 총리와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도 난민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홍보하는 입장을 고수하자 라인란트팔츠 주 후보로 나선 율리아 클뢰크너 기민당 부대표는 그를 비판하는 ‘배신의 정치’를 시작했다”며 “메르켈도 이를 알지만 묵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베 바크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AfD의 약진을 애써 무시하던 메르켈 총리가 최근 AfD와 페트리 당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가 얼마나 조급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난민 포용 정책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대거 AfD에 투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면초가에 몰린 메르켈 총리가 안팎에서 정치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이설 snow@donga.com·이세형 기자
#독일#선거#난민#극우당#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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