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렴. 이제는 안전하단다. 여기는 폭탄도 없어. 학교에 다니며 변호사든 엔지니어든 원하는 꿈을 맘껏 펼치렴.”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요리사 잔 가지 씨(39)는 17일 영국 남부 크로이던에 마련된 미성년 난민 임시수용소에서 열여섯 살 조카 해리스 군을 꼭 끌어안으며 “꿈만 같다”고 했다.
해리스 군을 포함해 프랑스 칼레 난민촌에서 살던 미성년자 14명이 이날 꿈에 그리던 영국 땅을 밟았다. 영국 정부가 칼레 난민촌 해체 이후 이곳에 있던 미성년자들을 수용하기로 한 후 첫 입국자들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쿠웨이트 수단 등에서 탈출했다.
가지 씨는 “오늘 아침 적십자로부터 조카가 영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도 7년 전 적십자의 도움으로 아프간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도망쳐 온 난민 출신이다. 해리스 군은 아프간에서 부모를 잃고 육로로 도망쳤다. 함께 출발했던 형은 이란으로 가는 도중 사망했다.
영국은 그동안 칼레 난민들의 영국행을 어떻게든 막아 왔다. 그러나 가족 없이 홀로 남겨진 미성년 난민들의 인권 문제로 비난 여론이 일자 앰버 러드 내무장관이 지난주 “영국에 가족이 있는 미성년자 387명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처음 입국한 14명은 14∼17세 미성년자들로 영국에 돌볼 가족이 있다. 칼레에만 950명의 미성년 난민이 있다.
EU법에 따르면 EU 회원국에 부모나 형제가 있는 난민 아이들은 우선적으로 그 나라에 입국할 수 있다. 영국 앨프 더브스 상원의원은 영국에 친척이 없더라도 난민 아이들은 우선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각종 범죄와 쓰레기가 들끓어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칼레 난민촌 해체를 선언하고 이곳에 있던 난민들을 전국 164개 센터로 분산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 가려는 난민들은 가는 길목인 칼레를 지날 수밖에 없어 이곳에 다시 난민 천막촌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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