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작은 어선에 난민 800명을 태우고 가다가 운항 부주의로 난민 대부분을 몰살시킨 선장에게 징역 18년형이 내려졌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법원은 13일 튀니지인 선장 무함마드 알리 말레크(28)에게 과실치사와 인신매매 혐의를 적용해 18년형을, 시리아인 선원 마흐무드 비키트(26)에겐 5년형을 선고했다고 뉴욕타임스와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둘에게는 각각 900만 유로(약 111억 원)의 벌금형도 내려졌다.
말레크 선장은 지난해 4월 어선을 몰고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다 운항 부주의로 포르투갈 국적 컨테이너선 ‘킹 제이컵’호 옆쪽을 들이받아 어선을 침몰시켰다. 27m 길이의 어선에는 감비아 세네갈 말리 방글라데시 코트디부아르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800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비좁은 어선 짐칸에 실려 있었는데 문이 밖에서 잠겨 있어 사실상 수장(水葬)됐다. 생존자는 말레크와 비키트를 포함해 28명뿐이었다. 희생자는 7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침몰 지역의 수심이 300m가 넘어 지금까지 인양한 시신은 169구에 불과하다.
생존자 중 16세의 소말리아 출신 소년은 “원래 1200명을 태우려고 우리를 비좁은 창고로 억지로 밀어 넣었는데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자 800명에서 멈췄다”며 “음식도 물도 없었고 우리를 때리며 짐승 다루듯 했다”고 증언했다. 어선이 출항한 지 몇 시간 뒤 공해에 들어섰을 때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요청에 따라 킹 제이컵호가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접근했다. 하지만 말레크의 운전 부주의로 킹 제이컵호의 측면을 들이받고 배가 뒤집혀 5분 만에 침몰했다. 말레크는 “킹 제이컵호의 프로펠러로 인해 생긴 파도 때문에 균형을 잃었다”고 책임을 킹 제이컵호에 미루는가 하면 “배를 조종한 것은 내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인이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재판에는 유족이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어 유럽까지 올 여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입국하려다 지중해에 빠져 죽은 이들은 4742명으로 지난해 3660명보다 1000명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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