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크로아티아 중부 노브스카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일상적인 검문을 하던 현지 경찰은 영국 번호판을 단 하얀색 밴의 짐칸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67명의 난민이 짐짝처럼 구겨진 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 가운데 42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심각한 탈수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탑승자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12세 이하 어린이도 2명 포함됐다. 난민들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짐칸에서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고, 일부 난민은 5일 동안 음식을 먹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이 난민 트럭과 관련해 불가리아인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밀란 쿠윤지치 크로아티아 보건부 장관은 “난민들은 상태가 심각해 발견된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일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에서 출발해 크로아티아나 헝가리를 거쳐 독일, 영국 등 서유럽으로 향하는 발칸루트는 난민들의 대표적 육상 탈출로다. 크로아티아를 거쳐 서유럽으로 간 난민 만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65만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3월 이 루트를 폐쇄한 이후 사선을 넘나드는 난민 트럭이 전문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오스트리아에서는 냉동트럭 짐칸에서 질식사로 숨진 난민 시신 71구가 무더기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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