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500여명을 수용한 난민 센터를 기습 폐쇄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작년 11월 말 일명 ‘살비니 포고령’을 내리고 사회안전법을 개정해 난민에 대한 인도적 보호 축소, 난민 자격의 박찰 확대 등 난민에 대한 사회적 지위 축소를 약속했다.
기습 폐쇄된 이곳은 로마 북쪽 도시 카스텔누오보 디 포르토에 위치한 ‘카라’ 난민센터로 사회안전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명령을 시행하게 됐다.
이탈리아에서 2번째로 큰 난민센터인 카라는 2016년 부활절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거주민들의 발을 씻긴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22일에는 30명, 23일에는 75명이 이미 센터에서 쫓겨났으며 이달 말 안에 430명이 퇴거 조치될 예정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 8년 동안 약 8000여명의 난민을 수용해 온 이 난민센터를 두고 “마약 거래와 범죄의 소굴”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난민 센터에도 비슷한 운명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폐쇄로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캠프의 임대료와 운영비 명목으로 활용되던 600만 유로(약 77억원)를 절약하게 됐다며 “이 돈은 이탈리아인들을 돕기 위해 쓰일 예정이다. 우리는 훌륭한 아버지라면 당연히 가족을 위해 할 일을 했다”고 했다.
카스텔누오보 디 포르토의 리카르도 트레발리니 시장은 “추방과 관련한 사전 통지가 없었다”며 “정부가 하루만에 수년간 이어온 작업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곳에서 생활하던 이들은 갑작스럽게 버스를 타고 다른 난민센터로 이동됐다. 상당수 난민은 ‘살비니 포고령’에 따라 이탈리아 체류 자격을 박탈당해 다른 난민센터로도 이주할 수 없게 됐다. 가디언은 이들이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됐다고 전했다. 일부는 지역 주민들이 수용키로 했다.
야당은 이번 난민 퇴거가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나 일어날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카스텔누오보 디 포르토의 주민 다수는 최근 망명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난민 지위를 받을 자격이 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본국에 송환이 어려운 이들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2년 동안 임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살비니 포고령과 함께 해당 조치는 사라졌다.
이탈리아 난민협회는 “‘살비니 포고령’으로 사회 문제가 증폭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협회 측은 “사회적 보호를 받던 이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넣었다. 이들은 일할 기회를 얻는 대신 노숙자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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