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난민 민족주의 의도적 부각… 지역 시장 “참으로 나쁜 선거유세”
르펜은 불가리아-벨기에 지원유세, 덴마크선 ‘무슬림 추방’ 극우당 출현
지난달 스페인 총선에서 극우 정당 ‘복스’가 처음 의회에 진출하는 등 최근 유럽 13개국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득표율 10% 이상을 확보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반난민, 민족주의 등을 표방하는 정당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당 대표는 3일 북부 포를리 시청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불법 이민자를 이 땅에 들어오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난민 수용을 지지하는) 당신이 그들을 먹여 살려라. 우리는 보트에 태워 그들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외쳤다. 26일부터 시작되는 지방선거 유세 중인 살비니는 다음 날 트위터에 ‘어젯밤 쇼’라며 청중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렸다.
포를리 시청 발코니는 파시즘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20년대 당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청년 465명을 참수한 뒤 가로등에 목을 걸어놓고 지켜봤던 곳이다. 살비니는 민족주의, 반난민, 유럽연합으로부터 경제적 독립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 무솔리니와 자주 비교됐다.
다비데 드레이 포를리 시장은 4일 트위터에 “살비니가 고의적으로 (무솔리니 시대를) 모방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도시와 민주주의의 역사를 고려할 때 참으로 나쁜 방식의 선거 유세”라고 비난했다. 마르코 디마이오 의원도 트위터에 “상징은 말보다 훨씬 강하다”며 “그는 무솔리니처럼 연설하며 도시의 상처를 다시 꺼냈다”고 썼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는 3, 5일 불가리아, 벨기에를 방문해 유럽의회 선거에 돌입한 극우 정당들을 지원했다. 살비니와 르펜이 이끄는 정치 그룹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은 현재 유럽의회에서 독일 등 다른 국가의 극우 정당과 함께 37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달 말 유럽의회 선거를 거치면 5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합은 5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여당을 제치고 유럽의회 선거 지지율 1위에 올랐다. 르펜 대표는 “우리는 오랫동안 고립됐지만 이제 내부로 들어가 유럽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총선을 치르는 덴마크에서는 ‘무슬림 추방’을 공약으로 내건 극우 정당 ‘하드라인’이 2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총선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하드라인은 덴마크에서 태어난 백인만이 국적을 받을 수 있도록 ‘민족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이미 반난민을 주장하는 극우 인민당이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 2015년 총선에서 2위에 올랐다. 영국 기성 정당들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2일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이 참패했다. 보수당은 의석 3분의 1 가까이를 잃었고 노동당도 의석이 크게 줄었다. 반면 좌우를 막론하고 소수 정당이 약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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