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저금리 장기화 전망… 대출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신규 대출은 ‘변동’ 유리… 3년내 중도상환땐 수수료

회사원 이모 씨(36)는 요즘 ‘대출 갈아타기’ 여부를 고민 중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2억 원을 빌려 서울의 소형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연 3.01%의 고정금리로 매달 50만 원가량을 이자로 낸다. 대출을 받을 때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연 1%대로 인하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으로, 이 씨는 당시만 해도 금리가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생각하고 고정금리를 택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에 한은은 0.25%포인트씩 2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일단 보고만 있었는데 이젠 지금이라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바꾸는 게 이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저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 씨 같은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낮다고 해서 무작정 대출을 갈아타기보단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안심전환대출, 1조 원 넘게 중도상환

금융당국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을 꾸준히 권장해 왔다. 이에 따라 2010년 4월 6.2%(잔액 기준)에 불과했던 가계대출 대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올해 4월 31.5%로 증가했다.

변동금리·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도 이런 정책 기조가 반영된 상품이었다.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4일 만에 연간 한도인 20조 원을 모두 채울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7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안심전환대출 중 중도상환금액은 1조37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도상환 건수도 전체 대출 건수 중 약 5.3%에 이르는 1만7135건에 달했다. 김 의원 측은 “2015년 6월부터 기준금리가 두 차례에 걸쳐 1.25%로 낮아져 안심전환대출 금리(연 2.6%대)의 매력이 떨어졌다”며 “앞으로도 중도상환액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4월 2.93%까지 떨어졌다.
○ 중도상환 수수료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바꾸기 전에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일권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팀장은 “대출받은 시점에서 3년이 경과할 때까지는 일시상환을 할 때 대출액의 일정 부분을 중도상환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며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포함해 새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고정금리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보다 적으면 기본적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최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심사기준이 강화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기존 대출을 중도상환 후 다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때 기존 액수를 온전히 다시 대출받을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새로 대출받을 때 대출받는 시기를 미룰 필요는 없다. 기준금리가 이미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이뤄져도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경림 KEB하나은행 VIP PB팀장은 “지금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니까 3개월이나 6개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고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지는 3년 이후 고정금리로 갈아타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대출을 갈아탈 땐 최소 은행 2곳 이상에서 상담을 받고 주거래은행을 활용하거나 특정 적금에 가입하는 등 다양한 금리우대 혜택을 확인해보는 게 좋다”며 “요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가장 낮은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통장이나 카드론 등을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주애진 기자
#브렉시트#중도상환#고정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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