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교안보 분야에도 먹구름 몰고온 브렉시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0시 00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사일방어(MD) 강화를 거론하면서 “이는 중국 러시아를 포함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렉시트’ 직후 회동한 중-러 정상이 한목소리로 미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안보 협력에 차질을 빚을 국제 정세의 일대 변화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도 간단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사설에서 브렉시트가 “아시아에서 동맹 구축에 집중해온 오바마 대통령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다시 유럽과의 동맹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합의를 모색하는 길을 찾지 못하면 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와의 관계 유지가 발등의 불이 된 만큼 미국이 북핵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현안을 우선순위의 뒷전에 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마 하던 유럽발(發) 경제위기와 EU와의 동맹 균열이라는 복합 위기가 현실화한 만큼 미국으로선 정책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1993년 출범한 EU는 솅겐 조약에 따라 역내 국경을 없애고, 유로화로의 통화동맹으로 회원국 수를 늘려 왔다. 하지만 경제난의 심화로 EU 가입 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대폭 줄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역시 2013년 말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받게 되면서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협정을 해제한 것이 원인이었다. 경제와 민주주의 확산, 안보가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에서 경제가 삐걱거리면 외교 안보에도 깊은 주름이 질 수밖에 없다. 영국이 브렉시트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그로 인해 세계 경제와 외교 안보에 동시 충격파가 밀려와도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미국은 직면해 있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낮은 단계의 경제시장 통합을 거쳐 높은 단계의 정치통합을 이룬 EU를 모델로 삼았다. 브렉시트로 인해 협력은커녕 미국의 관심이 유럽으로 쏠리는 틈을 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을 두둔하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북핵은 우리에겐 국가의 명운이 달린 근본 과제지만 주변 강대국들에겐 패권 다툼용 카드 중 하나일 뿐이다. 북의 김정은도 브렉시트로 당혹해하는 미국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른다. 브렉시트의 경제적 측면만 주시하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낭패를 당하지 않도록 박 대통령부터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
#시진핑#푸틴#사드#thaad#eu 탈퇴#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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