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목욕물 버리려다 안에 있는 아기까지 버리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브렉시트 쇼크]“유럽, 더 큰 분열 막고 단합해야” 지적

“목욕물을 버리려다 그 안에 있는 아기까지 같이 버리면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거대한 유럽연합(EU)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EU의 가치를 버리기엔 너무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의 격언을 인용하면서 영국의 EU 탈퇴를 에둘러 비판하고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에 분열 분위기가 퍼지는 것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교황이 26일 아르메니아에서 바티칸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영국 데일리메일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EU 차원에서는 물론 스페인 카탈루냐와 영국 스코틀랜드의 경우처럼 각 회원국 내부에도 분열의 분위기가 심어지고 있다”며 유럽 곳곳에 숨겨진 갈등 요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교황은 “분리는 해방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분열에 빠진 유럽이 더 심한 분열을 맞아 ‘발칸화’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연합은 충돌보다 언제나 낫다. 형제애가 적대감보다 낫고, 다리가 벽보다 낫다”며 “창조력을 바탕으로 서로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EU는 회원국들에 더 많은 자유와 독립을 제공해야 한다”며 “창의성과 건강한 다양성이 EU의 뿌리박힌 강점이라는 사실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15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 추모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3일간의 아르메니아 방문을 마치고 26일 바티칸 교황청으로 복귀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교황#브렉시트#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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