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英쇼핑 기회”… 해외 큰손들 ‘주식-명품-부동산’ 눈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브렉시트는 투자 기회죠.”

남편과 경제지를 꼼꼼히 챙겨 보며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딘 올던 씨(71·미국 오하이오 주)는 브렉시트 직후를 매수 타이밍으로 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인 지난달 24일 증시가 출렁이자 소프트웨어 회사 레드햇 주식을 샀다. 이 회사 주가는 이틀간 11% 떨어졌지만 그 후 이틀간 4% 오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던 씨 같은 미국 개인투자자부터 중국의 큰손까지 세계 투자자들이 브렉시트를 기회로 주식과 명품, 부동산 등을 사들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세계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틈을 타 알짜 주식을 싸게 사고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 영국 명품과 부동산을 사는 ‘브렉시트 쇼핑’에 나선 것이다.

중국 중상류층 주부들에게 브렉시트 직후는 영국 명품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다. 30일 중국 일간 난팡(南方)도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아줌마 부대들은 구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버버리, 알렉산더 매퀸 등 영국 명품을 사들이고 있다. 영국 토종 명품 외에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세계 ‘빅3 명품’도 쇼핑 목록에 올라 있다. 영국에서 사는 게 더 싸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럽 제품 온라인 구매사이트 ‘양마터우(洋碼頭)’는 브렉시트 대목을 맞았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럽은 지금 여름 세일 중인데 파운드화 하락까지 겹쳐 영국 제품을 사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요즘 에르메스 켈리백 등 고급 핸드백이 불티나게 팔린다.

중국 큰손들은 브렉시트 직후를 영국 부동산에 투자할 적기로 보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회사인 ‘차이나방케’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직후 “시장이 변할 때는 양질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좋다”며 “런던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에서는 영국으로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여행 서비스업체 프라이스라인이 운영하는 ‘카약닷컴’에서 지난달 24일 영국으로 가는 항공요금을 검색한 건수가 6월 금요일 평균치보다 54% 늘었다.

반면 일본 관광업계는 울상이다. 브렉시트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여 외국인 여행객을 영국으로 빼앗길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들은 여행비가 저렴해지자 영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계 면세점인 라옥스의 야마자키 요코 매니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엔화 강세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면 일본으로 오던 고객들을 다른 곳에 뺏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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