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단일 시장을 포기하고라도 탈퇴를 강행하겠다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시작부터 발목을 잡혔다.
영국 대법원은 24일 찬성 8명, 반대 3명의 결정으로 브렉시트 협상 개시 의사를 EU 측에 통보하기 전 영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 고등법원의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데이비드 뉴버거 대법원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지만 법적으로는 의회만이 결정할 수 있다”라며 “브렉시트 협상 발동 권한은 총리가 아니라 의회가 갖는다”라고 판결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이날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수일 내에 의회에 협상 승인 요청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3월 말 이전에 EU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가 통과되도록 의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에 승인 여부만 묻는 단 한 줄짜리 법안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영국 언론들의 관측이다. 내용이 길어지면 야당의 수정안 요구가 많아지고, 이 때문에 법안 통과 시기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은 의회로 넘어갔다.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판결 직후 “협상 시작을 막지는 않겠지만 EU와 단일 시장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EU와의 최종 협상안도 의회 승인을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여부뿐 아니라 협상안에 개입해 ‘하드 브렉시트’를 막겠다는 것이다.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메이 총리는 짧은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의심을 품으면서 오히려 메이 총리가 잠재적 경제 동맹으로 중국을 선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드 브렉시트 이후 ‘보호주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글로벌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나선 메이 총리는 마침 자유무역을 강조한 시 주석과 궁합이 맞는 상황이다. 미국과는 앵글로색슨 종족 간의 보호무역을, 중국과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며 브렉시트 이후 생길 수 있는 공백을 막고 실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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