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불똥이 스페인 남단의 영국령 지브롤터로 튀고 있다. 1713년 영국령이 된 이래 끊임없이 지브롤터 반환을 요구해 오던 스페인이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이 유럽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EU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브롤터에 손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27개국 회원국에 보낸 협상 가이드라인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는 스페인과 영국의 사전 합의가 있어야만 EU와 영국 간의 협약이 지브롤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26개 핵심 원칙 중 하나로 포함됐다. 예를 들어 영-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지브롤터에 적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거부권이 스페인에 부여된다는 뜻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는 스페인의 로비 영향으로 포함된 문구다.
한 EU 고위 관리는 가디언에 “이 사안에 두 당사자(스페인과 영국)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EU는 회원국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지금은 스페인”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당장 환영 의사를 밝혔다.
영국은 “영국의 해외 영토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은 “이전처럼 지브롤터에 대한 영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강조했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여의도 80% 크기의 면적에 3만 명이 거주하는 작은 지역이지만 영국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북아프리카와 12마일(3.2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영국 항공모함이 정박하는 중요한 군사 기지다. 영국령이지만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세금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자치 정부가 결정한다.
지브롤터도 반대하고 있다. 지브롤터의 파비안 피카르도 행정수반은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위해 EU 정상회의를 조종한 스페인의 염치없는 시도”라며 “어떤 것도 영국의 지브롤터에 대한 배타적 주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2002년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압도적인 99%가 영-스페인 공동주권 구상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브롤터는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당시 96%가 잔류에 찬성한 것도 브렉시트가 결정날 경우 주변국과 갈등의 소지가 크기 때문. 지브롤터에는 스페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만 해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너무 안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스웰 영국 상원 EU 위원회 의장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EU 탈퇴 서한에서 지브롤터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그건 마치 EU에 논란이 되는 영토에 대해 협의가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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