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스릴러 영화 같다”… “브렉시트를 정치 도구화”
英언론 “보수당 압승 가능성 높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연출한 사람은 히치콕이다. 처음엔 지진이 일었고 이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18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의 조기 총선 발표를 접한 뒤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영화 ‘현기증’ ‘사이코’ 등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남긴 “좋은 영화는 지진(충격적 장면)으로 시작하고, 긴장은 계속해서 고조돼야 한다”는 명언을 차용한 것이다. 메이 총리의 승부수로 인해 향후 EU와 영국 간 브렉시트 협상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의 조기 총선 계획은 19일 영국 의회의 국회 해산 표결 통과로 현실화됐다.
표결 전 메이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웨스트민스터에서 열린 총리와의 대화에서 이미 맞붙으며 선거 분위기가 연출됐다. 메이 총리가 경제 성과를 자랑하자 코빈 대표는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서 왜 (총선 때) TV 토론을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의 월급은 10년 전보다 줄고, 빈곤층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매주 수요일 당신과 토론하고 있지 않느냐”며 “경제를 살릴 당과 나라를 파산시킬 당을 국민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언론은 6월 8일 조기 총선에서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의 압승을 대체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의 역풍도 만만찮다.
인디펜던트는 18일 “그동안 메이 총리는 수개월 동안 나라가 불안정해진다는 이유로 조기 총선은 안 한다고 했는데 정작 조기 총선을 결정하면서 잠재적 불안정성에 대해 어떤 토론도 하지 않았다”며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놀라운 U턴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지금은 정부 리더십이 위태롭지도 않고 경제 혹은 전쟁 위기도 없다. 영국은 이런 총선이 필요 없고 국민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메이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택한 건 단지 노동당을 부숴버리기 위한 기회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데일리메일은 1면에 ‘훼방꾼을 짓밟아버리기 위해(crush the saboteurs)’ 조기 총선을 했다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1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 사이 강력한 브렉시트 협상권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기 총선을 하기로 결심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을 치를 경우 브렉시트 협상 완료 시한인 2019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총선 때문에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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