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英 공급망 붕괴 우려…파운드화 25% 폭락
FT “英정부, 노딜 브렉시트로 계획 전면 전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일정이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 영국 보수당 의원들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제기한 불신임 투표가 메이 총리의 승리로 끝나면서 더 큰 혼돈은 피하게 됐다. 다만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야당까지도 불신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보수당 하원의원 317명이 이날 오후 의사당에서 ‘메이 총리를 신임하는가’를 놓고 찬반 투표를 벌였고 그 결과 찬성 200표, 반대 117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1년간 총리직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의회와 정부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EU와 합의를 하지 않고 추진해야 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FT는 영국 정부가 노딜 계획으로 전면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식 탈퇴일인 2019년 3월29일까지 타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영국은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해야 한다. 재앙, 악몽이라고 입을 모으는 ‘노딜’은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3월29일 자정을 기점으로 EU와 영국간 관세 및 국경 검사가 엄격해지면서 공급망이 붕괴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 경우 영국 내 식량과 의약품 공급도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EU 전체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도요타, 닛산,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현대자동차는 체코, 러시아, 터키에 공장을 두고 있어 직격탄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EU 거주 영국인의 유럽건강보험카드도 즉시 효력이 사라진다. EU와 영국 기업 간 계약의 법적 지위가 무효화되면서 계약을 전부 다시 체결해야만 할 수도 있다.
불안정성이 증가함에 따라 달러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최대 4분의1 폭락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금융위기가 초래될 위험도 있다고 가디언은 경고했다.
안보·국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노딜시 당장 3월29일을 기점으로 범죄자의 지문, DNA 등 모든 데이터 공유가 중단된다. 이 경우 영국 사법당국의 대(對)테러 대응이나 조직 범죄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군이 아프리카에서 참여 중인 EU와의 합동 훈련에서도 철수해야 한다. 방산업계도 EU 프로젝트에 참여할 권리를 상실하면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EU는 이미 유럽식 위성항법시스템인 ‘갈릴레오’에서 영국 기업을 배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관련 공무원 50명을 추가 채용하고 제약회사에 6주 물량 비축을 지시하는 등 노딜 대책 마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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