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과 관련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1일 런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본부에서 다음달 초 하원에서 표결할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새로운 협상’ 기본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협상안의 10가지 핵심 방안에는 메이 총리가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2차 국민투표 등도 담겼다.
메이 총리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2차 국민투표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이를 진심으로 원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원에 자신의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칠지 묻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이 안을 통과시키면 2016년 6월 1차 브렉시트 투표 이후 3년 만에 2차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로이터통신은 메이 총리의 승부수가 야당인 노동당의 지원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개 방안에는 관세 동맹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안을 의회가 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과 환경을 EU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내용 등 노동당이 요구해온 사안도 포함됐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주 동안 브렉시트 합의안과 관련해서 노동당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지난 주 최종 결렬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사퇴 압박을 받는 메이 총리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며 “의원들이 국민투표 방안마저 거절하면 (메이 총리는) 이제 자신의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라고 더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방안은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메이 총리가 노동당에 적극적으로 구애한 셈이지만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지난주 우리와 깨진 나쁜 협상안을 재포장하는 수준”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동당은 EU와 영구적인 관세 동맹을 원하며 국민투표 방안도 브렉시트 합의안 자체를 수정할 수 있는 정도로 광범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당과의 합의 시도를 못마땅해 하던 보수당은 메이 총리가 2차 국민투표 카드까지 꺼내자 폭발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핼픈 보수당 의원은 “국민투표를 열어둔 건 총리 선출 이후 했던 모든 말을 뒤집는 것으로 2016년 국민투표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이몬 클라크 의원 등 메이 총리에게 우호적이었던 보수당 의원들마저 반대로 돌아섰다. 차기 보수당 대표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나온 오늘 발표는 오직 (극우) 브렉시트당의 기분만 좋게 해준 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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