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총리의 후임을 노리는 영국 정치인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놓고 열띤 설전을 벌이고 있다.
노동당에서 브렉시트 찬반 여부에 대한 제2차 국민투표가 거론되자, 집권 보수당으로부턴 EU와의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면 아무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브렉시트’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수당 대표 및 총리 출마를 선언한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장관은 28일(현지시간)자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것”이라면서 “내가 정부를 이끌면 10월31일 이후로 또 다시 브렉시트를 미루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는 당초 지난 3월29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브렉시트 이후 전환기간 등에 대한 규정을 담은 합의안의 영국 의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10월 말로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은 당 대표인 메이 총리가 내달 7일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올 7월 말까지 그 후임을 선출하기로 한 상황. 즉, 누가 보수당의 차기 당 대표가 되든 메이 총리가 매듭짓지 못한 브렉시트 이행의 책임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당내에선 최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등과 관련, “앞으로 노동당에 정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총선 전에 브렉시트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영국에선 극우 브렉시트당이 영국에 전체 73석 가운데 29석을 가져간 반면, 보수당은 4석이란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와 관련 보수 당 대표 경선 출마자 중 한 명인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은 “영국이 총선을 치르기 전에 EU를 떠나지 못한다면 우리(보수당)는 투표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 경우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지지를 받아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차기 총선은 오는 2022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최근 노동당 등 야권에선 내각 불신임을 통한 조기 총선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일간 더미러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조만간 브렉시트 찬반 여부에 대한 2차 국민투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빈 대표는 그동안 브렉시트 반대에 앞장서온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과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메이 총리를 지지해온 리암 폭스 국제통상장관은 이날 이집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안정성을 갖고 EU를 떠날 수 있도록 합의안을 마련하는 게 유럽과 영국 모두의 관심사”라며 브렉시트 재협상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EU를 아예 안 떠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합의안 없이 떠나는 게 낫다는 게 보수당 대표 출마자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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