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英대사가 본국에 보낸 문건, “유출자 잡아라” 공식조사 착수
일각 親브렉시트 인사 개입 거론
英외교 “개인 견해일뿐” 불끄기… 트럼프 “일 제대로 못해” 직접 비난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사진)가 본국에 보낸 외교문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서투르고 무능하다’고 비판한 사실에 논란이 일어나면서 문서 유출자 색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7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교문서 작성자인 대럭 대사를 향해 “영국을 위해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는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은 “(대럭 대사의) 개인적 견해다. 영국 정부는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영국의 최고 우호국이라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외교부는 문서 유출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가디언은 “대럭의 코멘트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일반적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영국 최고급 외교관의 노골적 발언이 공개된 것은 영국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영국 차기 총리 선출이 한창인 시기에 민감한 외교 문서가 유출된 정치적 배경을 주목한다. 대럭 대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론자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인물. 브렉시트에 부정적인 그의 태도가 강경파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CNN은 “대럭 대사는 브렉시트 강경파인 차기 총리 후보 세력과 생각을 같이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번 유출에는 차기 주미 대사로 ‘친브렉시트’ 성향의 인사를 앉히려는 정치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도 “대럭 대사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이지만 이번 유출로 차기에 선출될 총리가 신임 주미 대사를 조기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대럭 대사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영국 외교부에 보낸 이메일 보고서를 입수해 6일 보도했다. 대럭 대사는 이 보고서에서 “백악관은 유례없이 고장 난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분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디어에 보도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칼싸움(갈등)’이 대부분 사실”이라며 “트럼프 정권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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