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위기’ 고개숙인 존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英대법 “의회정회는 위법” 판결에 야권서 불신임-조기총선 거론
존슨, 유엔총회 도중 급거 귀국… 자진사퇴 후 총선 반전 노릴수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해 ‘노딜’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최단명’ 총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 그가 강행한 의회 정회를 대법원이 위법으로 결론 내린 뒤 25일 재개된 하원에서 존슨 정부 ‘불신임안’ 추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와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존슨 총리는 즉시 해명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의회 정회 위법 소송을 주도한 브렉시트 반대운동가 지나 밀러(51)도 대법원 판결 직후 “의원들이 용감하고 대담하게 부도덕한 존슨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총리 사임을 촉구했다. 존슨 총리뿐 아니라 ‘의회 정회가 합법’이라고 조언한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장관 등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존슨 총리는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귀국했다. 그는 귀국 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브렉시트 과정에 대해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해준 벌로 독수리에게 영원히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게 된 그리스 신화 속 인물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운명은 의회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의회는 조건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추가 입법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등 야권은 정부 불신임을 고려하고 있다. 하원에서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14일 안에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하고 존슨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이 기간 안에 새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열린다. 노동당은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의 운명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맡기는 ‘트럼프 딜 브렉시트’”라는 메시지 등 조기 총선용 어젠다도 준비 중이다. 조기 총선이 열려 자칫 보수당이 하원 과반을 확보하면 노동당에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노동당 지지율은 여전히 보수당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사퇴 압박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존슨 총리가 먼저 총리직을 사임한 후 조기 총선을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의 지지마저 잃을 수 있으며 선거에서 패배하면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오명을 얻을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보리스 존슨#영국#브렉시트#노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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