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집권 보수당의 연례 전당대회가 열리는 맨체스터에서 BBC 방송의 앤드루 마 시사대담 프로에 나온 존슨 총리는 “힐러리 벤 법이 총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브렉시트 결행일 연기 요청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면 결국 자진 사임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벤 법은 노동당 등 야당과 보수당 내 반존슨파가 연합해서 6일 제정한 노 딜 봉쇄 법으로, 10월19일까지 총리의 새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도, 의회가 노딜 허용 법안을 만들지도 않으면 총리는 10월31일의 브렉시트일을 3개월 연기해줄 것을 EU(유럽연합)에 요청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존슨 총리는 이 법 제정 후에도 이전처럼 합의안 유무와 상관없이 10월31일에 브렉시트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연기 요청은 않는다는 것임에 따라 이날 BBC 진행자는 “연기 요청을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총리직을 그만두는 게 순서 아니겠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에 존슨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 당과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선 몸이다.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사임 의사 같은 것은 일절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존슨은 자의적 사임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사퇴를 노리고 있다. 당원투표로 총리가 된 존슨은 직전의 테리사 메이 총리처럼 자기 지휘 하에 총선을 실시해서 진정한 새 판을 짜고 싶어한다.
그러나 옛날처럼 총리가 마음대로 조기총선을 실행할 수 없는 만큼 야당에게 정부 불신임 투표를 해 자신의 정부를 붕괴시켜 달라고 요구해왔다. 노동당이 이를 거부하자 ‘겁쟁이 당’이라고 야유했다.
5년 임기보장법에 따라 조기총선을 하려면 하원의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과반을 상실한 존슨은 9월3일과 4일 두 차례 총선안 투표에서 잇따라 패했다.
노동당이 불신임 투표를 통해 존슨 정부의 전복을 시도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존슨이 새 총선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배경과 같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유고브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이 37%의 지지를 받는 데 비해 노동당은 고작 23%에 지나지 않는다. 존슨 총리가 10월31일 브렉시트 결행을 막무가내로 약속하고, 야당에게 어서 빨리 정부 불신임을 시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뒷배는 이 높은 지지율이다.
총선을 하면 단독 과반 정부의 진짜 주인 총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정계 은퇴와 직결되는 자진 사임을 하는 것은 바보라고 존슨은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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