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개원 연설 “31일 브렉시트 이행, 최우선 과제”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4일 2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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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이달 31일 예정대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의회 개원 연설을 통해 보리슨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내각의 주요 입헌 계획과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 의회 개원 연설은 국왕이 하지만 내용은 집권 여당이 작성한다.

여왕의 개원 연설은 201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집중 추진을 이유로 당해 의회 회기를 2년으로 설정하면서 2018년도 연설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올해 여왕의 연설에서는 존슨 내각의 브렉시트 계획을 비롯해 이민, 사법, 의료, 환경 문제와 관련한 총 26개의 입법 안건이 제시됐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여왕은 “정부의 우선순위는 한결같이 10월 31일 확실하게 영국의 EU 탈퇴를 이루는 것”이라며 “정부는 자유 무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EU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쌓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왕은 정부가 EU 탈퇴를 계기로 농업과 어업, 무역, 금융 분야에 새로운 관리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동의 자유를 배제한 이민법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현대적인 이민 제도를 설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왕은 “정부는 영국에 정착해 많은 기여를 한 유럽인들이 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금융과 사법 부문에 확실성과 안정감, 새 기회를 제공할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강력 범죄 형량과 해외 국적 범죄자의 입국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이 제안됐다. 국민건강서비스(NHS) 지원 확대와 선거 부정 방지를 위한 신분증 확인 강화를 비롯해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같은 환경보호법안도 발표됐다.

하원은 앞으로 여왕의 연설에 담긴 정부 정책 과제들을 놓고 일주일 정도 토론을 진행한 뒤 찬반 표결을 실시한다. 이 표결은 부결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주로 상징적인 절차로만 여겨져 왔다.

BBC방송에 따르면 1924년 1월 보수당의 스탠리 볼드윈 이후 국왕 개원 연설 표결에서 패배한 총리는 없었다.

존슨 총리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는 올해 7월 취임 이후 하원 표결에서 7차례 연이어 패배했다. 집권 보수당이 과반 장악력을 잃은 현 의석 분포상 야권이 일제히 반대표를 던지면 안건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여왕 연설에 대한 표결이 부결된다고 자동적으로 조기 총선이 소집되는 건 아니지만 존슨 총리의 입지는 더욱 불안정해질 전망이다. 야권이 불신임 투표를 주장하거나 조기 총선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19일 브렉시트 재협상 시한이 다가오는 만큼 여왕 연설 이후 의회 토론의 핵심 쟁점은 EU 탈퇴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의회는 19일까지 정부와 EU가 합의안을 마련해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브렉시트 일자를 내년 1월 31일로 미루도록 했다. 존슨 총리는 합의 여부를 떠나 이달 31일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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