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브렉시트법 신속처리 안하면 연말 조기 총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3일 0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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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탈퇴협정법' 신속처리 거부시 법안 철회하고 총선"
야권, 이미 반대 의사..."의회 오용하는 수치스런 조치"
英총리실 "EU도 연기 승인하면 크리스마스 전 조기 총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간) 하원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행법 신속 처리를 거부하면 법안을 철회하고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 “하원, 신속처리안 부결하면 조기총선하는 수밖에”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의회가 브렉시트 이행을 거부하고 자기 길을 고집하며, 1월까지 혹은 더 길게 모든 것을 연기하기로 결정한다면 법안을 철회하고 조기총선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나는 선거에서 ‘브렉시트를 완료하자’고 주장할 것”이라며 “그러면 야권 지도자는 2020년을 브렉시트와 스코틀랜드에 관한 두 가지 국민투표를 치르며 보내자고 주장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한 야권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EU와 마련한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며 제2차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내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재추진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존슨 총리는 “합의안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어느 합의에서나 그렇듯 우리 모두가 (반대를 위한)조항과 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완벽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열망은 완전히 정당하다”면서도 “지금 우리 손안에 들어 온 좋은 합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이 같은 열망을 제쳐두는 것은 절대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당차원에서 의사일정 계획안을 반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회를 오용하며 책임감과 정밀 검토, 온전한 토론을 회피하려는 수치스러운 시도”라고 비판했다.

◇ 야권, 법안 심의 불충분 반발…EU, 英의회 표결 이후 연기 여부 결정

영국 정부는 21일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법제화하기 위한 ‘탈퇴 협정 법안’(WAB. Withdrawal Agreement Bill)을 공개했다. 또 24일까지 신속하게 WAB를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의사일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원은 22일 WAB에 대해 2차 독회를 실시한 뒤 법안의 전반적 취지를 놓고 의원들에게 찬반 의사를 물을 예정이다. 곧이어 정부가 제시한 의사일정 계획안에 대해서도 표결을 실시한다.

야권이 추후 단계에서의 법안 수정을 추구하는 만큼 2차 독회 표결은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하원이 뒤이어 의사일정 계획안을 거부할 경우 존슨 총리의 이달말 브렉시트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전날 제이컵 레스-모그 하원 원내대표가 사흘짜리 의사일정 계획안을 발표하자 의원들은 110쪽 분량의 복잡한 안건을 짧은 시일내 충분히 심사하는 것은 무리라고 크게 반발했다.

의사일정 계획안이 이날 부결되면 이달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밀어붙이겠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면 하원은 정부 방침과 관계 없이 수주에 걸쳐 WAB 토론을 할 수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22일 영국 의회 결정을 고려해 수일 내 결정을 내리겠다며 연기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영국 하원이 WAB 신속처리를 거부할 경우 EU도 곧 연기를 승인할 전망이다.

◇ 英총리실 “신속처리 무산· EU 연기 승인시 법안 철회”

하원이 WAB 신속처리를 불허하고 EU도 연기를 승인하면 영국 정부가 이달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강행할 명분도 사라진다. 이에 따라 영국 정치권에서 조기 총선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하원이 WAB 의사일정 계획안을 부결시키고 EU가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하면 영국 정부가 WAB를 철회할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일간 가디언은 한 총리실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3개월 연장을 허용할 경우에만 WAB를 철회한다며, 존슨 총리가 3개월 이하의 단기간 연기는 수용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 소식통은 “의회가 계획안 부결로 또 다시 연기에 찬성하고 EU가 1월 31일까지 연장을 시킨다면 법안을 철회하겠다”며 “더 이상의 의회 일정은 없을 것이고 크리스마스 전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9월에도 조기 총선을 추진했지만 확정에 필요한 하원 3분의 2 지지를 얻지 못했다. 야권은 이후 합의안이 마련돼 노딜 브렉시트만 배제된다면 조기 총선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총선이 열릴 경우 존슨 총리는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했음에도 야권이 브렉시트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안겨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전망이다.

존슨 총리가 지난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개원 연설과 EU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 완수를 통한 민생 집중을 거듭 강조하자 일각에선 그가 이미 조기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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