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4시 영국 런던 중심 웨스트민스터 내 총선 투표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를 본 런던시민 스테이시 씨(52)가 투표를 하고 나오면서 한 말이다. 그는 큰 소리로 “브렉시트가 되던, 유럽연합(EU)에 잔류하던, 무조건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넘기는 당이 나와서 이 답답한 상황이 끝나야 한다”고 외쳤다.
#상황2: “여기는 런던이에요. 전체 민심은 다릅니다.”
이날 기자가 투표소 앞에서 인터뷰한 런던 시민 10명 중 7명이 ‘난 잔류파(Remainer)’라며 노동당 등 야당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런 인터뷰를 계속 하던 기자에게 지나가던 한 영국 시민이 “여긴 런던이란 점을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런던은 영국 내 다른 지역과는 민심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였다.
12일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한 이유인 ‘브렉시트 피로감’과 ‘민심이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날 보수당은 영국 하원 총 650석 중 368석을 차지해 과반 의석(326석)을 훌쩍 넘겼다. 선거 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제1야당인 노동당에 10% 이상 앞서고 있었지만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더구나 선거 운동 중 보리스 존슨 총리의 각종 기행이 BBC 가디언 등 영국 유력언론에 집중부각되면서 보수당 지지율이 하락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 유권자들은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또 다시 브렉시트 결정이 미뤄지는 일이 브렉시트 시행보다 더 안 좋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여야 갈등 속에 3번이나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커자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0%에 머무는 등 영국경제마저 침체됐기 때문이다,
이는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들어 제2국민 투표를 하자는 노동당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 과거 노동자 계급, 즉 블루컬러가 많은 광산지역으로, 노동당의 강세 지역인 잉글랜드 북부와 미들랜즈, 웨일스 북부 지역 등 속칭 ’붉은 벽‘(red wall) 지역에서 76석 중 50석을 보수당으로 빼앗기며 노동당이 완패한 이유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수당의 푸른 물결이 붉은 벽을 부셔버렸다”고 전했다.
중산층, 상류층 이상의 화이트 컬러가 월등히 많은 런던 등 대도심,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영국 지식인과 주요 언론이 영국 전체의 여론과는 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장에서 만난 제이미 씨(45)는 “사실 EU에 묶여 EU를 따르고, 이민자가 많아져 일자리가 줄어도 상류층은 아무 상관없다”며 “피해를 보는 건 하류층”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예측과 달리 보수당이 압승한 이유다.
이날 선거 결과로 내년 1월 말 EU 탈퇴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월 브렉시트가 시행돼도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EU와 영국은 내년 말까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현재처럼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 등이 유지된다. 전환 기간도 내년 7월 1일까지 양측이 다시 조율할 수 있다. 다만 EU와 영국이 브렉시트 시행 후 새로운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협상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내년 전환기간마저 연장되지 않으면 2020년 12월에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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