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레아니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째인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위로 아리랑 선율이 흘렀다. 헝가리인들은 사고 발생 지점 바로 위 머르기트 다리에 모여 애도의 마음을 담아 아리랑을 합창했다.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는 3일 오후 7시 머르기트 다리에서 추모의 아리랑을 부르자는 내용의 행사가 올라왔다. 헝가리인 합창단이 기획한 이 행사에 1900명이 관심을 표시했고, 487명이 참여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후 7시가 되자 다리 위를 가득 메운 헝가리인들은 가사가 영문으로 적힌 악보를 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행사를 기획한 것도, 행사에 참여한 것도 모두 헝가리인들이었다. 다리 위 보도가 행사 참가자들로 가득 차면서 경찰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 차로 차량 통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300여명 규모의 헝가리 시민 합창단이 주축이 돼서 열렸다. 기획자 중 하나인 직장인 바라바시(30·여)는 “사람들이 퇴근하고 와서 애도할 수 있는 시간인 오후 7시를 행사 시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바라바시는 아리랑을 추모곡으로 고른 것과 관련해 “예전에 합창단 프로젝트에서 불렀던 적이 있던 곡”이라며 “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래라는 느낌이 들었고, 이 비극적 사고로 우리가 느끼는 감상에 잘 맞는 곡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다리 아래에서 사람들이 떠내려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며 “제대로 추모를 하기 위해 이곳을 추모행사 장소로 정했다”고 말하면서 가져온 한 송이 꽃을 강 위로 던졌다.
두 딸과 추모행사를 찾은 사모스(48·여)는 어떻게 행사에 오게 된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답을 하다가 첫 단어부터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 사고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헝가리인들이 같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면서 눈물을 훔쳤다.
한인들도 추모행사에 참여했다. 아들이 참사 실종자인 가이드 이모씨(28)와 같은 일을 하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던 홍순호씨(61)는 “침몰한 배에 아들도 몇 번 탄 적이 있다고 한다”며 “아들이 특히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홍씨와 아내는 가져온 흰 꽃을 머르기트 다리 난간에 꽂아두면서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헝가리인들은 참사 직후부터 꾸준히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고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저녁부터 머르기르 다리 위에는 추모의 촛불과 꽃이 놓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태극기를 꽂아 두거나 편지를 남긴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난 1일에는 머르기트 다리에 검은 조기가 게양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