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한 헝가리 민간 잠수 요원은 “밀려 내려오는 진흙탕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추돌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다뉴브강의 겉모습은 평온해졌다. 하지만 수중은 여전히 평화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사고 발생 7일째인 4일(현지 시간)까지 실종상태인 한국인 관광객은 총 17명. 선체 주변 유해를 찾기 위해 헝가리 대테러센터(TEK)와 한국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을 투입시켰다. 3일 선체 바깥쪽에서 50대 여성의 시신을 수습한 한국 잠수요원은 “유속이 빠르고,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더듬거리며 작전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려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1시간 6분 동안 다뉴브강 물 속에 머무르며 잠수했다.
한국, 헝가리 잠수요원들은 잠수복과 수중헬멧 등 무게만 70㎏에 달하는 장비를 갖추고 작전에 투입된다. 장비 무게에 수압까지 더해지면 체력소모는 더 커진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육지 동료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3일 잠수 작전 당시에도 한국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잠수보조, 통신교환, 지휘 등을 포함해 18명을 투입했다. 한국과 헝가리 측 모두 시신을 수습한 잠수요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팀’이 거둔 성공이란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다.
허블레아니호 수색 작전에 투입된 한 잠수 요원은 “잠수 요원과 연결된 노란선은 공기를, 빨간선은 통신을 지원하는 장비”라며 “1시간 안팎의 수색 시간 동안에도 강 상황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블레아니호 수색작업을 돕기 위해 노르웨이, 체코, 세르비아 등도 첨단 장비를 지원하며 협력했다. 노르웨이는 소나(sonar·수중음향탐지장치)를 제공했다. 음파를 이용해 물 속 선체 위치와 형태뿐 아니라 해저면의 경도와 깊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잠수 요원들이 작전 지역을 정하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체코도 전문 잠수요원 4명, 수상드론을 지원했고, 오스트리아는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헬기를 통해 수색 장비를 제공했다. 헝가리 민간 잠수요원은 “다뉴브강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 속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서동일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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