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4년 무사고 주장 크루즈 선장, 두달 전에도 추돌사고 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7일 03시 00분


헝가리 언론 “네덜란드 부근서… 유조선측 경고 제대로 안들어”
현지 검찰 “선장, 유람선 추돌 후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해 수사중”
수위 높아 인양작업 9일로 연기

4월 사고 당시 내부 모습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와 추돌했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 유리 C 씨가 올 4월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바이킹 이둔’호의 사고 당시 내부 모습. 태미 밀러 씨 페이스북
4월 사고 당시 내부 모습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와 추돌했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 유리 C 씨가 올 4월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바이킹 이둔’호의 사고 당시 내부 모습. 태미 밀러 씨 페이스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을 추돌했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 선장 유리 C 씨(64)가 2개월 전에도 또 다른 사고를 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호인 측이 ‘44년 무사고 경력의 베테랑’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또 헝가리 검찰 측은 유리 C 선장이 유람선 추돌사고 직후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확인해 수사 중이다.

러브 페렌츠 헝가리 검찰청 부대변인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리 C 선장이 어떤 정보를 삭제했는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을 거쳐 정보를 확인했다”며 “4월 발생한 사고 의혹도 함께 수사 중이며 곧 사실 여부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5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 너피 등은 익명의 바이킹 시긴호 소속 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유리 C 선장이 4월 초 네덜란드 테르뇌전 부근에서 유조선과 부딪치는 사고를 냈다”고 보도했다. 당시 선장이 운항했던 ‘바이킹 이둔’호에는 171명이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언론 등은 “추돌 직전 유조선이 유리 C 선장이 몰던 크루즈선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아채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를 제대로 듣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승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사진에는 크루즈선 일부 창문이 깨지고, 유조선도 일부가 부서진 모습이 담겼다.

현재 유리 C 선장은 운행 부주의 및 근무 태만 등 혐의로 구속됐다. 헝가리 법원은 1일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석방 조건으로 보석금 1500만 포린트를 제시했고, 유리 C 선장은 보석을 신청했다.

6일(현지 시간) 헝가리 수색팀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허블레아니호의 침몰 지점 인근에서 선박 인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뉴스1
6일(현지 시간) 헝가리 수색팀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허블레아니호의 침몰 지점 인근에서 선박 인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뉴스1

이르면 6일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허블레아니’호 인양 작업은 9일 오후로 연기됐다. 다뉴브강의 수위가 높아 인양선 ‘클라크 애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송순근 한국 정부합동신속대응팀 구조대장은 6일 “수심이 4.2m 정도가 돼야 인양선이 다뉴브강 다리를 통과하고, 인양작업도 시작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허블레아니호의 노후화 및 손상,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인양 작업이 최대 한 달 더 연기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헝가리 대테러청(TEK) 측은 “수위가 높아 인양선이 오지 못할 때를 고려해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테러청 대변인은 이날 “조선소에서 배를 수리할 때 사용하는 ‘플로팅독(floating dock)’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며 “침몰 유람선과 물을 채운 배 2대를 연결시킨 뒤 물을 조금씩 빼내면서 배 2대가 떠오르며 ‘튜브’ 역할을 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헝가리 당국은 6일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각각 5.8km, 40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이 시신은 모두 주민 신고로 발견됐다. 신원 확인을 통해 추가 발견된 시신이 한국인으로 밝혀질 경우 허블레아니호의 한국인 탑승객 33명 중 사망자는 6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현재 모두 18명이 된다. 실종자는 8명, 생존자는 7명이다.

부다페스트=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김자현 기자
#크루즈 선장#두달 전#추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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