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오너십을 기반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온 한국의 기업 생태계에선 언제든 ‘오너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자수성가한 창업가가 아니라 비교적 순탄하게 자라온 오너 2, 3세에 대해 대중은 도덕적으로 더욱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오너를 중심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른 신속하고 신중한 대처가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부정 입학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영훈국제중이 성적을 조작해 이 부회장 아들을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아들을 학교에서 자퇴시키고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당시 고위 임원이 이 부회장의 직접 사과와 아들의 자퇴를 권유했고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초 현대캐피탈에선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노르웨이에 출장 갔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즉시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비난의 대상이 아닌 피해 기업으로 인식됐다.
올해 2월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 붕괴 사고가 났을 때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사고 직후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튿날에는 “엎드려 사죄한다”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오후엔 희생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형진 AT커니코리아 파트너는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오너는 기업이 ‘자기 회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라는 점과 구체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본인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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