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환 국토부 장관, 국회현안 보고
“조현아 지위 이용 항공기 되돌려”… 국토부 고발장 공개… 회항주체 확인
여야 “의도적 축소” 한목소리 질타
굳은 표정으로 국회 떠나는 국토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현안보고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국토교통부가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검찰에 고발조치한 것과 관련해 회항의 주체는 조 전 부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22일 국회 국토교통위 현안질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의원들에게 제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에게 마카다미아 너츠 봉지를 개봉하지 않고 제공한 것에 대해 “‘서비스 그렇게 하냐’ ‘너, 내려’라며 고압적인 태도로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행위를 했다”고 돼 있다. “객실 2층 2등석 전방과 주방으로 분리된 1층의 이코노미석에서도 들릴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고발장은 “박 사무장이 기장을 통해 출발하려던 항공기를 되돌리게 하고 항공기에서 내리기에 이르렀다”며 “이것은 부사장의 지위를 이용하여 사무장 등의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 23조 1항을 적용했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반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해 정상 운항을 방해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직무집행방해죄(43조)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을 제외한 채 5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국토부가 조 전 부사장을 고발하면서 ‘항로 변경’ 혐의를 적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승환 장관은 “조 전 부사장이 위력을 사용해 항로 변경을 지시했다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서 장관은 “사무장이 기장에게 내려야 한다고 해서 기장은 회항을 했다고 진술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이 “(부사장과 사원의) 상하관계라는 억압적 상황에서 회항이 결정된 점은 왜 감안하지 않았느냐”라고 다시 추궁하자 서 장관은 진땀을 뺐다.
여야 의원들은 “항공기가 몇 미터를 움직였고 얼마나 지연 출발을 했는지 등 사건 개요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국토부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장관은 박 사무장 조사 과정에 대한항공 임원이 배석하고 조사관 6명 가운데 2명을 대한항공 출신으로 구성하는 등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봐주기’ 논란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특별 감사를 통해 정확히 밝혀내 만약 문제가 있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인정했다.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땅콩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고 서 장관이 “이번 땅콩(‘땅콩 회항’) 같다”고 해 회의장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이장우 하태경 의원 등은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처남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과 관련해 “문 위원장 처남의 급여명세서, 근무평가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구했다. 국토교통위원장인 새정치연합 박기춘 의원은 “현안보고는 ‘땅콩 회항’으로 한정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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