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 조현아 결심공판서 울음 터뜨린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19시 37분


‘땅콩 회항’ 결심공판에서 검찰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 측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폭행과 폭언은 잘못했지만 승무원 서비스 지적은 정당했으며 비행기가 이동중인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2시반부터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서 진행된 조 전 부사장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사건의 발단이 된 마카다미아(견과류) 서비스는 승무원들의 명백한 매뉴얼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 향한 폭언과 폭행은 경솔했다”면서도 “비행기 움직이는 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5년간 일등석 서비스 담당한 승무원들이 수 년간 매뉴얼을 위반했다는 뜻인가”고 묻자 “3~4년간 교육받은 적 없어 매뉴얼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적한 건 그들의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승무원이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중이라고 말했다는 지적에 대해 “들은 적 없고 당시 매뉴얼 지적에 집중하느라 밖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인 오성우 부장판사가 “‘왜 여기 앉아있나’ 그런 생각하는 거 아닌가?”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박창진 사무장(44)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박 사무장은 1일 이번 파문 이후 처음 출근해 김포공항에서 김해, 일본 나고야를 거쳐 2일 새벽에 서울에 도착했다. 30시간 넘게 수면하지 못했다는 박 사무장은 “회사가 자신의 업무 복귀를 배려한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 없다”며 2월 근무 일정이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박 사무장 일정은 컴퓨터 추첨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사무장이 다른 사무장들이 정상 소화하는 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박 사무장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탑승한 점을 집중 부각했다. 박 사무장이 서비스 매뉴얼의 정확한 명칭과 위치를 몰랐다는 점과, 이 때문에 최초보고서 일부 표현을 수정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공격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객실서비스 총괄 부사장인 조 전 부사장의 지적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장은 재판부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심경을 묻자 눈물을 보였다. 박 사무장은 “부사장과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회사를 사랑한 저와 동료들의 마음을 헤아려 다음에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아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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