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절박했다. 12일 선고 당일까지 법원에 이런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총 7차례 반성문을 썼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 중 일부를 소개했다. 반성문에는 “어떠한 정제도 없이 ‘화’를 표출했으며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품지 못하고 제 분노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쓰여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생활에서 자신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방을 쓰는 수감자들이 ‘땅콩 회항’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것이 배려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일이 없었더라면,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다면 가정과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지만 1년, 10년 뒤에는 아마 이곳(구치소)에 있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일이 없었다면) 더 저를 크게 망치고 대한항공에 더 큰 피해를 입혔을지 모른다”고 적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성문보다 조 전 부사장이 공판 과정에서 보인 태도에 주목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이 매뉴얼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재판장인 오성우 부장판사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어 오 부장판사는 “그동안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면서도 “반성문을 보면 이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부사장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대부분 “징역 1년은 재벌가의 딸이라 받을 수 있는 낮은 형량” “승무원들이 받은 충격에 비하면 가볍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형량이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 판결로 ‘갑질’ 문화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가볍지는 않은 형량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법조인은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고 실형을 선고한 것은 사회적 비난이 큰 사건에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재판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초범이고 우발적인 사건임을 고려하면 비교적 충분한 양형”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실형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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