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나 구치소 생활의 편의 제공을 명목으로 금품을 챙기는 이른바 ‘감옥 브로커’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말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접근해 대한항공 측에서 사업권을 받아 낸 ‘브로커’가 최근 구속되면서다.
감옥 브로커가 가장 쉽게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수감자를 허위로 고소해 주는 것이다. 수감자는 가족·지인과 가깝거나 시설이 좋은 교정시설을 선호한다. 통상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는 구치소에 있다가 형이 확정되면 교도소로 옮겨지는데, 같은 지역에서 다른 혐의로 고소당하면 수사나 재판상 필요에 따라 다른 교도소 이감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수법이다. 반대로 시설이 좋다는 교도소로 옮겨 가게 할 목적으로 허위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수감자와 브로커는 주로 소액 절도 등 벌금형을 받을 정도의 경범죄로 고소하기로 짠 뒤 실제 벌금형이 나오면 정식 재판을 청구해 시간을 끄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2012년 마약 복용 혐의로 대구구치소에 수감된 송모 씨를 면회 온 브로커 주모 씨는 “송 씨가 명품 시계를 판다며 350만 원을 받아가고 정작 시계를 주지 않는다”며 사기 혐의로 송 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어색한 진술을 수상히 여긴 검찰이 추궁하자 결국 자작극을 실토했다. 송 씨는 자신에 대한 무고를 교사한 혐의로 벌금 500만 원, 주 씨는 무고 혐의로 벌금 400만 원에 처해졌다.
수감자가 형이 확정될 무렵 선호하는 교정시설로 이감되기 위해 허위 고소를 사주하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수감자 사이에선 민간에서 운영하는 여주교도소나 봉화산 자락에 둘러싸여 조경이 우수한 원주교도소 같은 곳이 인기”라며 “반면 흉악범이 많기로 소문난 경북북부 제1교도소(구 청송교도소)는 기피 시설 1호”라고 말했다.
일부 브로커는 구속된 피의자를 형 집행정지나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게 해 주겠다고 접근하기도 한다. 허위 고소를 이용한 이감과 달리 형 집행정지나 특별사면은 절차가 아주 엄격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교정 당국 직원 행세를 하는 동료까지 동행해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으면 절박한 심경의 수감자 가족은 넘어가기 십상이다.
A 씨는 2013년 수감 생활을 함께 했던 한 남성의 아내 전모 씨에게 “나도 형 집행정지로 출소했다”며 “알아보니 1000만 원이면 남편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그는 “5000만 원을 더 쓰면 아예 특사로 풀려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교정기관 공무원 행세를 한 A 씨의 공범은 출소 예정일을 알려주며 옷가지를 챙겨 보내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내 신뢰를 얻었지만 결국 사기로 밝혀졌다.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멤버가 좋은 방’을 배정받게 해 주겠다며 접근하는 브로커도 있다. 죄수는 통상 4∼6명이 한 방을 쓰는데, 사기나 사상범 등 난폭하지 않은 죄수들과 함께 생활하게 해 주고 흉악범과의 동거는 피하게 해 주는 식이다. 검찰 관계자는 “교도소 방 배정은 기본 원칙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현장 교정공무원의 권한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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