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원전 해커’가 23일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기밀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15일, 18일, 19일, 21일에 이어 5번째다. 이 해커는 비상대응 태세에 돌입한 한수원과 정부를 조롱하는 메시지와 함께 원전 핵심 부품의 위치가 그려진 도면까지 올렸다.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회장 미 핵’이라고 지칭한 해커는 이날 오후 3시 8분경 트위터에 4개의 압축파일과 원전 관련 기사, 협박 메시지 등을 올렸다.
이 해커는 “한수원 사이버 대응훈련 아주 완벽하시네. 우리를 자꾸 자극해서 어쩌려고∼ㅋㅋㅋ”라며 “우리가 요구한 원전들부터 (멈춰) 세우라”고 요구했다. 또 트위터에 “국민 여러분은 원전에서 빨리 피하라. 12월 9일을 역사에 남도록 할 것”이라고 적었다. 12월 9일은 한수원 PC가 e메일 악성코드 공격을 받은 날로 자신이 공개하고 있는 원전 내부 자료가 해킹을 통해 입수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날 올라온 자료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 2호기의 보조건물용 공기조절기 도면,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3, 4호기의 전력계통 단선도 등이다. 이들 도면에는 상세 배관, 제어밸브 등 핵심 부품의 위치는 물론이고 원자로 격납용기의 종류와 제품 번호까지 표시돼 있다. 해커는 자신이 원전의 핵심 기술인 ‘안전해석코드(SPACE)’도 입수했다고 주장하며 이 프로그램이 실행 중인 화면 일부를 캡처해 공개했다. 안전해석코드란 원전 설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월 한수원이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핵심 기술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해커가 입수했다고 주장한 안전해석코드에 대해서는 “발전소 설계에 쓰이는 프로그램으로 원전 가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 측은 안전해석코드의 실제 유출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추가 자료 공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전 자료 유출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지 4시간 만에 이뤄졌다. 정부와 한수원은 계속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해커가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한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내부 기밀자료가 계속 공개되는 상황이라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한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해커가 사용한 웹사이트 ID와 인터넷주소(IP주소) 수십 개를 추적하고 있다. 우선 해킹과 자료 배포에 사용된 ID가 네이버, 트위터, 드롭박스 등 최소 7개 이상으로 파악돼 해당 업체들로부터 정보를 넘겨받아 가입자를 쫓고 있다. 합수단은 해커가 국내외 가상사설망(VPN) 업체들을 통해 IP주소를 여러 차례 우회했을 거라고 보고 해외 서버의 위치도 추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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