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아이 보호 걸림돌은… 우리 안의 反이민 정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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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아이들]
이주아동 교육-의료혜택 보장법안… “왜 세금 쓰나” 반대여론에 흐지부지
인권보호 차원 현실적 해법 찾아야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을 보호하는 단체들은 우리 안의 반(反)이민 정서가 미등록 아동의 인권을 지키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주민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을 잘 파악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국회와 함께 일찍이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개선하려 노력했다. 2014년 12월 당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아동 권리 보장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부모가 미등록자여도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을 하고,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18세까지 교육과 의료 혜택을 보장해 주는 내용이었다. 불법 체류자여도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제인권법에서 권고하는 기본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거센 역풍에 시달렸다. ‘정부가 세금도 안 내는 이주민들에게 왜 세금을 쓰냐’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도 “반대 여론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결국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계속 계류되다 흐지부지돼 버렸다.

그 후에도 반이민 정서는 곳곳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2008년 개설된 온라인의 한 다문화정책 반대 카페는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는다. ‘이주민들이 일자리를 앗아간다’, ‘외국 이민자들이 테러를 일으킨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IOM 이민정책연구원의 ‘외국인 및 이민에 대한 국민의 태도 변화 분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민자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003년 25.4%였다가 2015년 17.8%로 줄었다.

정기선 IOM 이민정책연구원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일부 일리가 있는 반대 의견도 경청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반대 여론 중 근거 없는 루머는 소통을 통해 풀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닥칠 인구절벽을 대비해 미등록 이주아동을 글로벌 인력으로 키우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은주 이주노동희망센터 국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은 한국에서 잘 크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문화 외교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불법체류자#반이민#미등록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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