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단체 카톡방에 동아일보 ‘그림자 아이들’ 기사가 올라온 뒤 회원들과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회원 변호사들이 각자 맡았던 이주아동 사건을 논의하며 현실이 정말 처참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단법인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은경 회장(53·사법시험 30회·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을 위해 여성 변호사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에게 무료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며 “상담전화를 개설하거나 공론화를 위해 심포지엄을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변호사회는 산하 아동청소년특별위원회를 통해 아동 권익을 위한 입법을 제안하고 관련 단체의 법률 자문에 응하고 있다.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살인 사건, 칠곡 아동학대 사건 등에 전담 변호사를 지원했다. 지난해부터 이주민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에 변호사를 파견해 이주민들을 돕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9일 본보 기사가 보도된 뒤 기자에게 연락을 해 “늦은 밤까지 회원들과 논의한 결과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며 결의에 찬 소식을 전했다.
여성변호사회는 국회에 관련 법 개정도 적극 제안할 예정이다.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이 학대 피해를 받은 미등록 아동만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통보하지 않도록 법에 명시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공무원들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미등록 아동을 당국에 통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학대 피해 아동들은 추방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은 학대를 받아도 미등록이라 보호할 근거가 없으니 보호기관들이 거부한다. 아예 법령에 미등록 이주아동도 보호해야 할 대상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법을 제대로 고치려면 해외 사례를 꼼꼼히 연구해 적용해야 한다”며 해외 입법 사례 연구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지요. 이 법안을 민감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인권의 사각 중 사각’인 미등록 아동을 위해 논의를 계속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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