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강제 추방을 앞둔 ‘미등록(불법 체류) 이주아동’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인권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이주민들이 합법 체류를 요청할 때 정부가 개인 여건과 인도주의 측면을 숙고하는 심의 절차도 마련된다. 본보 ‘그림자 아이들’ 기획 보도 등으로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1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1∼6월)에 예산 1억2700만 원을 투입해 미등록 이주아동 실태조사 및 인권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연구용역을 시작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문 연구기관을 선정해 전국 미등록 이주아동을 전수 조사하고 표본 아동을 심층 인터뷰해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전국에 2만 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법무부는 내년부터 합법 체류 자격을 신청하는 미등록 이주민을 필요할 경우 ‘외국인권익증진협의회’에서 심사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외국인권익증진협의회는 민간과 정부의 아동, 인권, 법률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동안 미등록자의 ‘추방’ 혹은 ‘체류 허가’ 여부는 대부분 별도 심의 기구 없이 출입국관리소장이나 법무부 장관의 재량에 의해 결정됐다. 이 개선안은 내년에 시행되는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도 명시된다.
이창원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불법 체류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동안 정부는 추방 아니면 체류의 획일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했다”며 “미등록 이주민에게 심사받을 기회를 주는 합리적 제도가 생기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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