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절차 안내자료 전산망 게재
“과태료 부과에 참작할 사정 다양… 일률적 기준 제시하는건 부적절”
지침 쏟아내는 권익위와 대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열흘 만에 법원이 처음으로 과태료 재판 절차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영란법 위반 사범에 대해 과태료를 얼마나 매길지 등 관심을 모았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고 ‘사안에 따라 재판해봐야 안다’는 유보적 입장을 유지했다.
이처럼 김영란법 위반 여부와 처벌 수위를 최종 판단하는 법원도 일괄적 기준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판례가 형성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무더기로 내놓고 있어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과태료재판 절차 안내자료’를 법원 내부 전산망에 7일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의 과태료 재판 담당 판사들로 구성된 ‘과태료 재판연구반’이 최근 2개월여간 회의를 거쳐 마련한 자료에는 김영란법 위반 사범에게 부과할 과태료 액수와 신고 내용 접수 때 해야 할 재판 절차 등이 담겨 있다.
김영란법에는 위반 시 과태료 액수가 최대 3000만 원으로 규정돼 있다. 직무와 관련돼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은 경우엔 수수 금액의 2배에서 5배까지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안내 자료에서 가령 ‘5만 원 상당 식사를 2회 했던 점이 적발됐을 경우 과태료 50만 원’ 같은 구체적인 기준은 언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참작해야 할 사정이 매우 다양하다”며 “법관이 개별 사건에서 합당하게 정해야 할 문제로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를 축적해가며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과태료 재판 시 부실한 심리자료만이 제출되고 소속 기관장이 ‘통보보완 요구’에도 불응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방침도 눈에 띈다. 통보보완 요구는 인적사항이 누락됐거나 위반 사실에 대한 내용 등이 부실하거나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이 부족할 경우 소속 기관에서 자체 조사를 거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법원이 요구하는 것이다.
법원이 김영란법 위반 사범에 대해 이같이 불처벌 결정의 단서를 둔 것은 무분별한 신고가 남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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