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보름째… 애매한 시행령에 곳곳 혼란]
권익위와 달리 법위반으로 간주… 일각 “밀실 예산편성 심해질수도”
정부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체단체장이 비공식으로 예산을 부탁하는 이른바 ‘쪽지 예산’을 부정청탁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그릇된 쪽지예산 관행을 끊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예산 신설 및 증액 요구는 이 법이 규정한 부정 청탁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인 절차 없이 그냥 예산실에 (쪽지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공식 루트 외에는 가능하면 막자는 게 정부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처음 부정 청탁을 받으면 상대방에게 부정 청탁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거절한 뒤 2회 이상 반복되면 소속 기관장(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신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정당국이 입법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밀실 예산 편성’ 행태가 되레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요청을 쪽지에 적어 건네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민원이 아니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국회의원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민원을 전하는 행위는 부정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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