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가입비를 내면 회원처럼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이른바 ‘유사 회원권’을 판 뒤 갑자기 영업을 중단한 골프회원권 거래소 대표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 대표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골프를 치려는 이들이 크게 줄어 회사 운영이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A회원권거래소 대표 김모 씨(45)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김 씨는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2014년 4월 가입비를 선납하면 골프장 이용료를 대신 내주는 상품을 내놔 큰 인기를 끌었다. 등급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내고 가입하면 회원 대우를 받아 골프장 예약은 물론이고 이용료 등도 할인받을 수 있게 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김 씨는 3일 직원과 가입자들에게 ‘업무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잠적했다.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내고도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피해자들은 곧바로 김 씨를 고소했다. 경찰 측은 “지금까지 60여 명, 1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접수됐는데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전체 피해 규모가 수백억 원에 이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씨는 “사업 악화로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사업을 중단한 것”이라며 사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골프를 치려는 사람이 많아 지출이 너무 컸고, 법 시행 후에는 골프를 치려는 사람이 뚝 끊겨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비슷한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에 비춰 골프장 유사 회원권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선불로 큰 혜택을 누린다는 점 자체에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금전 거래와 골프장 예약 내용 등을 분석해 사기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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