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에 한숨 짓는 한우, 고급화로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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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 이마트 성수점 매장에서 소비자가 고급 숙성 한우를 살피고 있다. 최근 수입 쇠고기 강세, 청탁금지법 여파로 한우 산업이 위기를 맞자 유통업체들은 고급 한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제공
13일 서울 성동구 뚝섬로 이마트 성수점 매장에서 소비자가 고급 숙성 한우를 살피고 있다. 최근 수입 쇠고기 강세, 청탁금지법 여파로 한우 산업이 위기를 맞자 유통업체들은 고급 한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제공
 고급 먹을거리의 대명사 한우가 요즘 위기다. 지난해 주요 대형마트에서 수입 쇠고기 매출에 처음으로 밀렸고, 새해 설 선물세트 ‘주인공’ 자리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15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설맞이 한우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설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으로 설 선물 판매기간이 시작된 이달 9∼14일 이 백화점의 한우 선물 매출은 11.2%나 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우 선물 매출 통계를 작성한 최근 10년 동안 한우 매출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 청탁금지법에, 수입육에 밀리는 한우

 한우는 백화점 설 선물세트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10만 원 후반대로 비싼 편이지만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2012년 설부터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지금은 선물 상한액이 5만 원인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마트의 새해 한우 선물세트도 전년보다 매출이 줄었다. 이마트의 경우 9% 감소했다.

 문제는 한우의 위기가 명절 선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주요 대형마트에서 미국·호주산 쇠고기가 처음으로 한우 매출을 제쳤다. 한우의 매출 비중은 45.2%로 수입 쇠고기의 54.8%보다 9.6%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수입 쇠고기 매출이 16.2% 늘어나는 동안 한우는 오히려 12% 감소했다. 수입 쇠고기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우가 구조적으로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한우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급등 △소비자들의 수입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 감소를 원인으로 꼽는다.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8년 만에 지난해 11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호주산을 제친 것만 봐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해외여행 증가가 수입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 감소에 한몫했다. 수입육 중에서도 ‘와규’ 등 고급 제품이 들어오면서 상당수 한우 수요가 외국산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 고급화, 트렌드 분석 바람

 한우가 수입육에 밀리자 유통업계는 농가와 손잡고 한우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한우 명품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와규’ ‘블랙앵거스’처럼 한우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 수출까지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시범적으로 지난해 강원 횡성 설성목장이 ‘화식’(끓인 여물을 주로 먹이는 방식) 사육방법을 도입하도록 했다. 매장에서 소규모로 유통되는 ‘화식 한우’가 적잖은 인기를 끌자 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조성진 설성목장 상무는 “화식 사육방법은 사료비와 전기료 등이 30% 이상 비싸고 신경 쓸 부분이 많긴 하다. 하지만 팔 때 가격이 후해 장기적으로 농가 소득 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한우 숙성을 위한 대형 전용 숙성고를 설치했다. 경기 광주에 있는 직영 미트센터 내에 건조 숙성(드라이 에이징), 습식 숙성(웻 에이징) 숙성고를 마련한 것이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한우 판매대를 확 바꿨다. 매대 중심을 로스구이에서 스테이크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최근 3년간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분석해보니 스테이크 요리법 언급이 높았기 때문이다. 홍성진 이마트 축산팀장은 “한우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고급화와 트렌드 분석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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