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하 관계는 예외사유 해당… 각 100만원 이하 제공 형사처벌 못해”
정권교체기 무리한 기소 비판 일 듯
일명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을 당하고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후배 검사들에게 식사를 접대한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처벌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올 4월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의 만찬에서 부적절한 돈봉투와 식사를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8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이 당시 법무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 박세현 형사기획과장(42·29기)의 저녁 식대를 지불한 데 대해 “피고인과 법무부 과장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계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이므로 청탁금지법 예외 사유인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 격려, 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을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지검장이 식대를 계산한 것은 하급 기관(서울중앙지검)이 상급 기관(법무부)을 접대한 것이 아니라 후배인 법무부 과장들을 위로, 격려한 것으로 봐야 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100만 원씩이 든 돈봉투를 건넨 데 대해 재판부는 “액수가 각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돈봉투와 식대(1인당 9만5000원)를 합쳐 1인당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식대 9만5000원 부분이 무죄이므로 나머지 100만 원은 형사처벌 기준인 ‘100만 원 초과’에 미달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수수 금품 금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무죄 선고 직후 이 전 지검장은 “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자세다.
법원이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여론에 휩쓸려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전 지검장이 후배들에게 제공한 금품 액수를 형사처벌 대상인 ‘100만 원 초과’에 맞추기 위해 저녁 식사 비용을 금품 제공 액수에 끼워넣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판결이 이 전 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6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게 ‘돈봉투 만찬’ 책임을 물어 면직 처분을 내렸다. 면직은 검사에 대한 징계 중 해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중징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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