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선물’에 화훼-전복업계 활짝… ‘식사비 3만원’ 한우-고급식당 씁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3일 03시 00분


청탁금지법 개정… 업계 희비 갈려

화훼 전복 농어가는 웃고, 한우 농가와 고급 식당은 아쉬워했다. 공직사회는 다시 한 번 바뀐 경조사비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통과시킨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안에 따른 반응은 업종별 온도차가 컸다.

12일 각 부처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에 따라 화훼 농가의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음식물·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각각 기존의 ‘3·5·10만 원’에서 ‘3·5(농축수산물 한정 10만 원)·5(화환 포함 10만 원)만 원’으로 바꿨다

이번 개정에 따라 축하 난(蘭)은 농축산물 선물로 인정돼 상한액 10만 원이 적용된다. 기존에는 5만 원이 한도였다. 이 때문에 인사 시즌 각 기업에서 자취를 감췄던 난이 이번 연말에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조사에서도 화환을 보내면 별도 한도가 생긴다. 김영란법은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 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화환을 보내면 10만 원까지 인정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경조사비 3만 원을 내고 경조화환 7만 원짜리를 보내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가능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화훼 가격 하락세를 멈출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환영했다.

어가(漁家)에서는 전복이 개정안의 ‘수혜 어종(魚種)’으로 꼽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시중에 팔리는 전복 선물세트의 94.9%가 5만∼10만 원이다. 그동안 전복 선물의 대부분이 청탁금지법 상한액에 걸렸지만, 이번에 대부분 한도 이내로 들어왔다. 반면 갈치(92.6%) 굴비(49.0%) 등은 여전히 10만 원 초과 선물세트가 많다.

음식물 한도가 여전히 3만 원에 묶이면서 식당 등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외식업 운영자의 73.8%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며 “식사비 규정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1인당 금액이 보통 3만 원을 넘어서는 한우 식당, 횟집 등에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경조사비 한도가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공직사회 등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경제부처의 과장급 인사는 “10만 원이 기준이었을 때는 직장 내 경조사에서 보통 10만 원을 주고받았다”며 “내가 10만 원을 받았는데 앞으로 부하 직원 상(喪)에 5만 원만 내는 것도 겸연쩍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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