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을 하자는 것은 L당 1500원짜리 일반 휘발유 대신 6000원 하는 비싼 휘발유를 쓰자는 것과 같습니다.”(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전이 가장 싼 전력원이 아닙니다. 지난 10년 새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장다울 그린피스 선임캠페이너)
2일 채널A가 추석 특집으로 마련한 토론회 ‘긴급 진단―탈원전 해법은?’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을 놓고 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쟁을 이어갔다. 특히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앞으로 5년 안에 없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탈원전 반대 측은 “국민을 속이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가장 싼 발전원” vs “원전 단가 계속 상승”
반대 측 패널로 토론에 나선 정 교수는 “2015년 기준으로 원전의 전기 생산 단가는 1kWh당 50원인데, 이를 빼고 비싼 것으로 채우자면서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한국의 원전 원가는 미국이나 프랑스의 2분의 1,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며 “미국처럼 땅이 넓고 자연 조건이 좋은 나라에서나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나라마다 특색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탈원전에 찬성하는 측은 원전 단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최근 4, 5년 전까지 30원 대였던 원자력발전 단가는 지금 50원대 후반까지 올라갔다. 그동안 원자력발전 단가에 포함되지 않았던 핵폐기물 처리 비용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캠페이너는 “최근 영국에서 해상풍력의 발전 단가가 영국 신규 원전의 절반 가격에 낙찰됐다. 전 세계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원전을 이미 앞지르거나 조만간 앞지를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원전, 이미 쇠락하고 있는 산업”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의 원전 수출이 뒷걸음질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정 교수는 “원전 수출 시장이 패키지 딜 형식으로 바뀌면서 각 나라가 가진 자원들의 종합 경쟁 무대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 기술만 갖고 수출하는 게 아니라 여러 기술 지원도 해주고 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수출이 될까 봐 무척 걱정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온적”이라고 덧붙였다.
장 캠페이너는 “미국은 신규 원전을 20년 가까이 짓지 않았는데도 수출을 잘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탈원전을 했을 때 원전 수출이 힘들어질 것이란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한국의 원전 수출 실적이 ‘제로(0)’라는 점도 지적하며 “원전 시장은 이미 쇠락하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우리가 투자하는 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의 안전성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주 교수는 “지금까지 지진으로 원전이 치명적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특히 한국 원전의 내진설계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캠페이너는 “원전의 위험은 단순히 지진, 해일만 있는 게 아니고 폭풍, 화재, 테러리스트 공격 등 여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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