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0조원 피해”…‘고로 정지’ 행정심판 앞둔 철강업계 안절부절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20일 18시 17분


현대제철, 내달 15일부터 10일간 고로 가동중단 위기
고로 1개당 8000억원…전체 12개 중단 땐 피해액 10조 육박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3고로에 방열복을 입은 작업자가 쇳물이 통로를 따라 토페토카(쇳물을 닮아 옮기는 차량)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News1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제3고로에 방열복을 입은 작업자가 쇳물이 통로를 따라 토페토카(쇳물을 닮아 옮기는 차량)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News1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고로(용광로) 조업이 일시에 멈춰설 상황에 처했다. 현실화되면 제철소의 특성상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앞둔 철강업계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번 고로 영업정지와 관련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은 현대제철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5월30일 충청남도청으로부터 고로 안전밸브인 블리더(Bleeder) 개방으로 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했다는 이유로 당진제철소 고로 조업을 오는 7월15일부터 10일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초긴장 현대제철, 중앙행정심판위에 집행정지 신청

현대제철은 지난 7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초긴장감 속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중앙행정위가 현대제철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당장 다음 달 고로 가동 중단은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고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의 법적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스코는 청문 절차라도 밟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이런 기회도 없이 서면을 통해 의견을 전하는 데 그쳤다”며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하지만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중앙행정위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내주에는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한 심의 결과를 현대제철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 18일 열린 전라남도(광양제철소)의 청문회, 경상북도(포항제철소)의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는 전남도 청문회에서 고로 정비과정에서 폭발을 방지하려면 안전밸브인 블리더 개방이 불가피하며, 대체 기술이 현재로서는 마땅하지 않다는 내용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도 청문 일정은 미정이다.

포스코는 지자체의 조업정지가 확정될 경우 중앙행정위 집행정지 신청 없이, 곧바로 집행취소 소송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경북도로부터 10일 조업 정지 사전통지를 받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주변에서 지난 9일 오후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제철소 1용광로(고로)에서 오염방지 시설 없이 블리더(공기밸브)를 열어 오염물질을 배출해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며 조업 정지를 사전 통보 한 바 있다. 2019.6.9/뉴스1 © News1
경북도로부터 10일 조업 정지 사전통지를 받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 주변에서 지난 9일 오후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제철소 1용광로(고로)에서 오염방지 시설 없이 블리더(공기밸브)를 열어 오염물질을 배출해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며 조업 정지를 사전 통보 한 바 있다. 2019.6.9/뉴스1 © News1


◇고로 1개당 피해액 8000억…12개 모두 중단 땐 최대 10조원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환경단체는 제철소들이 이 예외 규정을 악용해 대기 오염을 방지할 의무를 회피했다고 주장한다.

블리더 개방으로 배출되는 수증기에 잔류가스가 섞여 배출되는 데 환경단체는 제철소가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 장치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배출한다는 게 환경단체 주장의 요지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고로 블리더 개방이 이 같은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내려진 10일간의 조업정지는 고로 조업 특성상 3개월 이상의 조업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이 기간 약 120만톤의 제품 감산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이 고로당 8000여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내에서 운용되는 고로가 12개임을 감안하면 고로 중단 사태가 이어질 경우 피해액이 최대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설명자료에서 “조업 정지 기간이 초과하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재가동 및 정상조업을 위해서는 3개월, 경우에 따라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행정처분에 따른 조업 정지 10일은 실제는 수개월 이상 조업이 중단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조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환경부가 지난 19일 발족한 민관협의체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환경부는 고로 영업정지 처분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 지자체, 산업계, 전문가 및 환경시민단체 등 총 19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8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민관협의체는 Δ고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및 배출량 파악 Δ해외 제철소 현황 조사 Δ오염물질 저감 방안 및 제도 개선 모색 등을 수행한다.

일본, 유럽 등 해외의 제철소가 고로를 정기보수할 때 우리나라처럼 안전밸브를 운영하는지 여부를 비롯해 현지 법령, 규정 및 운영사례 등을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안전밸브 개방에 따라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기술은 현재 없다는 일부 주장도 검증하며, 오염물질 배출 저감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다만 영업정지와 관련한 행정처분은 지자체 권한이기 환경부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직접적으로 행정처분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충남도와 전남도보다 경북도는 철강업계에 목소리를 좀 더 귀담아듣는 편으로 안다”며 “지방자치단체별로 행정처분이 엇갈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북도가 중앙행정위 심판, 환경부 민관협의체 조사 내용을 참고하기 위해 최대한 판단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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