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B형의 1등급에 필요한 원점수가 92∼93점, 2등급은 83점으로 분석됐다. 수능 다음 날인 8일 입시업체들이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예측한 결과다.
이번 수능은 예년 어느 때보다 영어 고난도 문항의 변별력이 높고, 응시 집단이 나뉘어 상위권끼리의 등급경쟁이 치열한 상황. 이에 따라 최대 변수로 떠오른 영어 B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시모집에 탈락하는 상위권 수험생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수시모집에 지원한 서울 서초고 김모 양은 “영어 B형에서 평소 1등급이나 2등급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3등급이 나왔다. 너무 어려운 B형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수시가 안 되면 영어 3등급으로 정시는 더 힘들 것 같아 아예 재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학과 영어 B형 모두 1등급은 92점 안팎
대성학원, 메가스터디, 이투스청솔, 진학사가 예측한 등급 구분점수를 종합하면 국어의 1등급 예상 구분점수는 A형과 B형 모두 95 또는 96점으로 나왔다.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언어영역 1등급 구분점수가 98점이었음을 감안하면 많이 떨어졌다.
수학은 1등급은 A형과 B형 모두 92점으로 예상됐다. 2등급 구분점수는 A형이 82∼83점, B형이 83∼84점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9월 모의평가에 비해 B형의 등급구분 점수가 확 낮아졌다.
영어의 경우 A형의 1등급 구분점수는 94∼95점으로, 9월 모의평가(87점)보다 급등했다. B형은 1∼3등급의 구분점수가 모두 9월 모의평가와 같거나 1점 정도 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상위권 대학의 수시 우선선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려면 영어 B형에서 2등급 이내에 들어야 안정권이므로 80점대 후반의 점수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위권 학생은 영어 A형과 B형을 모두 허용하는 대학에서 치열한 눈치 경쟁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영어 B형에서 5등급 이하로 떨어졌다면 아무리 가산점을 받아도 A형의 1, 2등급을 뒤집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사회탐구의 한국사 세계사 경제는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한국사와 경제는 3점짜리 문항을 하나 틀리면 3등급으로 내려앉을 수 있다. 과학탐구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물리Ⅰ,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는 1등급 구분점수가 3∼6점 오르고 화학ⅠⅡ, 지구과학Ⅰ은 3∼6점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 자연계 상위권, 대거 재수 나설 듯
상위권 대학 입학처장들은 수시 2차 우선선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채우지 못해 탈락하는 수험생을 예년의 두 배 정도로 예상한다. 이 경우 수시에서 남은 입학정원이 정시 모집인원으로 넘어간다. 수능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자연계에서는 2015학년도에 의학전문대학원을 없애는 대학이 의대 선발 인원을 늘린다는 점을 감안해 재수를 고려하는 수험생이 많다. 내년부터 선택형 수능이 없어지므로 올해처럼 등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줄어든다.
이날 가채점 결과를 취합한 서울 목동고, 서초고, 인창고에서는 평소 모의평가보다 수능이 더 어려웠다며 울상을 짓는 학생이 많았다. 수능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서 작년 진학 실적을 참고할 수 없다며 막막해하다가 울기도 했다.
서초고 3학년 정준혁 군은 “선택형 수능 첫해라서 어떤 애들이 어떤 유형을 선택해서 어떤 성적을 받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입학 전형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수능마저 불확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어 B, 수학 A, 영어 B를 치른 재수생 하채은 씨는 “모의평가에서는 과목마다 2, 3등급을 받았는데 실제 수능은 너무 못 본 것 같아서 아직 가채점도 못했다”면서 “주변에 재수하는 친구들은 모두 불안하다며 수시에서 하향 지원을 했다. 내년에는 선택형 수능이 없어진다니 우리가 실험용 마루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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