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오류가 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19일부터 시작되는 정시원서 접수를 비롯한 2014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은 지난달 발표된 정답과 등급을 기준으로 예정대로 진행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16일 수능 수험생 38명이 낸 정답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수능 성적과 등급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계지리 교육의 목적 등을 고려하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최신 경제 통계를 비교하는 문제가 출제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교과서에는 유럽연합이 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량이 많다는 취지여서 교과서를 충실히 공부한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②번을 정답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문이 애매하거나 불분명하더라도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정답을 선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8번 문제 중 ㉠지문은 명백히 옳고 ㉡, ㉣지문은 명백히 틀린 만큼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이를 모두 고려해 ②번을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이 없고 △교과서에는 유럽연합이 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량이 많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을 뿐 특정 연도의 총생산액 규모를 비교하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고 △수능을 대비한 모의평가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교재인 ‘수능완성’에도 유사한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어 재판부는 “만약 최신 통계를 반영해 이 문제를 ‘정답 없음’ 처리한다면 앞으로 수험생들은 교과서가 나온 기준연도 이후에 통계 수치가 바뀌었는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 ㉢이 맞는 설명이라고 보고 문제를 냈다. 하지만 수험생 측은 “그림 하단에 써 있는 2012년을 기준 시점으로 본다면 당시 NAFTA의 총생산액이 EU보다 커 보기 ㉢이 포함된 2번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항의했다. 2012년 기준 EU의 총생산액은 17조730억 달러이고 NAFTA의 총생산액은 18조6220억 달러였다.
평가원이 지난달 18일 이 문제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하자 수험생들은 문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소송을 냈다.
수험생들이 곧바로 항소해도 정시 입학 사정이 끝나기 전에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기 힘들다. 다만 수험생들이 항소해 승소하면 개별적으로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 취소 소송을 진행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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