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3일. 고3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능 가채점 점수를 서로 돌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된 수능 탓에 학생들은 쉽사리 입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종로학원하늘교육 대입전략설명회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 등 2800여 명이 몰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총평을 하면 국어와 영어는 어려웠고, 수학은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모든 문제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에는 없었던 고난도 문제가 과목마다 등장한 형태라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업체는 어려운 수능이 상위권과 중위권 학생들의 점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상위권은 선방하고 중위권이 크게 떨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만약 동반 하락으로 나타난다면 낮은 점수를 받았어도 등급은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상위권-중위권의 ‘분리 현상’이 나타난다면 중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지난해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체는 서울 주요 대학의 합격 예상점수도 내놓았다. 국영수와 탐구영역 점수(총점 400점)를 기준으로 서울대는 의예 392∼394점, 화학생물공학 382∼385점, 경영 390∼393점, 사회과학 389∼392점이었다. 고려대는 의학 388∼390, 경영 387∼391점대였고, 연세대는 의예 392∼393, 경영 388∼391점으로 예측됐다.
이번 수능은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꽤 잘 출제한 시험’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최악의 물수능(쉬운 수능)’이란 비판을 의식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체적으로 쉬운 수능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각 과목의 난이도를 조금씩 조정했고 변별력도 확보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학생들이 지난해보다 어려운 수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만난 고3 학생들은 “완전히 뒤통수 맞은 수능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부터 사교육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쉬운 수능’을 고수해 왔다. 올해 6월, 9월 치러진 모의평가도 만점자가 쏟아져 나올 만큼 쉬웠다. ‘EBS 연계 70%’ 원칙에 따라 대부분의 문제가 EBS 교재에서 그대로 나왔다. 여기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EBS 교재를 외우다시피 수능에 대비했다.
서초고 3학년 이예찬 군(18)은 “어렵게 낼 계획이었으면 모의평가도 비슷하게 어렵게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학교 김도원 군(18)도 “생명과학Ⅰ은 모의평가에서 늘 1등급을 맞아 왔는데 수능에선 시간이 모자라 답도 적어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70% 연계한다는 시중의 EBS 교재는 난도가 너무 낮다”며 “그런데 수능은 어렵게 나와서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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